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를 인정하고 개혁으로 이를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8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연설에서 “중국 경기가 상당한 하방 압력에 직면했다”고 시인하고 “개혁의 길을 계속 걷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중국의 긍정적 경제 펀더멘털과 장기적인 성장 궤도는 바뀌지 않았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경제는 복잡한 내외부 환경에 직면해 있어 상당한 하강 압력과 개혁 심화에 따른 일시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은 개혁을 진전시켜 올해 글로벌 경기둔화에 맞서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 장려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들어 중국의 거시경제 지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 목표 달성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2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지난달 산업생산 증가율은 5.6%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올 들어 10월까지 고정자산 투자(농촌 제외) 증가율은 10.2%로 15년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다.
자원 블랙홀 중국의 수요 약세로 국제 원자재 가격은 하락일로다. 이는 세계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을 부추기고 있다. 구리값은 지난주 이후 5% 하락해 6년 반만의 최저치를 경신했고 니켈과 아연 가격도 6~7년 만의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에 글로벌 원자재 상품가격을 종합한 톰슨로이터코어원자재CRB지수는 13년 만의 최저치에 머물고 있다.
또한 생산과잉에 시달리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수출에 매달리는 것도 세계 디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 조강 생산량은 세계의 절반을 차지하는 데 올 들어 10월까지 중국의 수출이 전년보다 25% 급증했다. 이에 건축자재인 열연코일 국제 가격은 현재 t당 300달러 안팎으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철강 가격은 연초 대비 35% 빠졌다.
중국 알루미늄 제련업계는 현재 60%가 적자를 보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의 알루미늄 제품 수출은 전년보다 약 10% 늘었다.
이토추경제연구소의 다케다 준 주임 연구원은 “중국이 저렴하게 철강 등의 소재를 수출하면서 아시아 신흥국 물가도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며 “이는 미국 등 선진국 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런 도전에 직면해 외국인 투자 장려와 자유무역 확대를 돌파구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진입 제한을 대폭 철폐할 것”이라며 “외국 투자자 관리 시스템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중국, 중국과 호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연내 발효되면 경제성장의 새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한중일 자유무역지대 협상 일정도 가속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