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해운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8월 정식 출범한 해운보증기구(한국해양보증보험)가 벌써 자금난에 빠졌다. 민간자본 출자금이 계획대로 모이지 않자 야당은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200억원의 정부 지원 출자금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해양보증보험은 금융위원회의 인가로 자본금 600억원에 설립된 보증보험회사다. 초기 자본금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나눠 출자했다. 향후 정책금융기관과 민간이 공동으로 5500억원(민간 2800억원, 정책 2700억원)의 재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민간 출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당히 애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민간 출자목표액이 500억원인 데 반해 9월 말 기준으로 실제 출자된 민자는 146억원(29.2%)에 불과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500억원의 관련 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내년에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해운보증기구에 200억원을 추가 지원할 방침이다. 단 정부 예산을 포함해 한은·수은의 출자액은 민간출자 시점 이후에 집행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이투데이가 입수한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심사자료’를 살펴보면, 예결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박혜자 정성호 최원식 이상직 의원은 국책은행 출자 지원금 200억원의 전액 삭감을 요구했다.
이들 의원은 “이 사업은 민간과 공공부문의 약 5:5 출자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그러나 올해도 민간의 출자가 애초 계획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간 출자 없이 정부 예산만 지속해서 투입하면 보조금 협정 위반으로 WTO에 제소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새누리당 김도읍, 나성린 의원은 오히려 400억원 증액을 요구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예결위 관계자는 “민자 출자가 지금처럼 부실한 상태에서는 해운보증기구에 정부 예산을 계속 쓰는 건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제분쟁 소지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