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또 다시 설전을 벌였다. 이 설전은 신 전 부회장 측이 17일 롯데가(家) 3부자가 이틀 전인 15일 나눈 대화를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신 회장 측이 바로 반발에 나서면서 이들의 신경전은 극에 달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동주ㆍ동빈 형제는 지난 15일 신 총괄회장의 만 93번째 생일(음력 10월 4일)을 맞아 가족만 따로 모인 자리에서 30~40분간 대화를 나눴다. SDJ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이날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에게 1주일 내로 자신과 신동주 전 부회장을 원래 직위로 복직시키라고 통보했고, 신 회장이 이에 대해 구두상으로 동의했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이사회를 마음대로 움직여서 나를 그만두게 한 것이 맞느냐고 신 총괄회장이 추궁했고, 동생이 ‘죄송하다’고 답했다”며 “그러나 아버지가 요구사항에 대한 확인각서를 받으려 하자 동생이 ‘사인하기 싫다’고 말한 뒤 집무실을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화내용이 공개된 것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가족간의 사적인 내용을 공개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즉각 반발했다.
롯데그룹은 입장발표를 통해 “고령의 아버님을 모시고 가족간의 대화가 어떤 환경에서 이루어졌는지 앞뒤 맥락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설사 그런 말씀을 나누었다고 해도 어른을 예의로 모시는 대화를 가지고 상법상의 절차로 확대하는 것은 기업과 가족 간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롯데그룹은 “경영권과 관련된 사안은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상법상의 적법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며 “지금 수습해야 할 일(면세점 탈락 등에 따른 대책, 롯데호텔 상장 추진)이 너무 많은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DJ 코퍼레이션 측은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것은 단순한 가족 간의 대화가 아닌, 불법적으로 경영권을 찬탈한 신동빈 회장에 대한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준엄한 경고”라며 “롯데그룹 창업주로서의 마지막 통첩으로 (신격호ㆍ신동주) 직위 회복을 약속한 신동빈 회장의 이행 여부를 엄중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