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 소속 이지스함 ‘라센호’가 지난달 말 중국이 남중국해에 조성한 인공섬의 12해리 이내에 진입하는 등 양국이 긴장 관계를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라센호와 이를 추적하던 중국 군함의 교신을 살펴보면 양측이 친밀하게 교신한 장면이 있어 주목된다고 13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최근 로버트 프랜시스 라센호 함장은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섬에 접근하기 10일 전부터 중국 군함이 계속 우리를 추적하고 감시했다”며 “그러나 전 세계 미디어의 관심을 끌 정도로 긴박한 장면은 없었다”고 말했다.
프랜시스 함장의 증언에 따르면 라센호가 12해리 이내에 진입했을 때 중국 군함은 “당신은 중국 해역에 있다.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교신을 보냈고 라센호 승무원은 “‘항행의 자유’를 규정한 국제법에 의거해 행동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중국 측은 반복해서 비슷한 질문을 했으나 양측 교신은 일관되게 매우 공손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라센호가 인공섬 주변 해역에 도달하기 전인 10월 하순에는 더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라센호 승무원이 상대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자 “토요일에 무엇을 하며 보낼 것인가. 이쪽은 피자와 치킨윙을 먹고 핼러윈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중국 측도 고향과 가족, 지금까지 방문한 장소 등을 영어로 대답했다.
라센호가 12해리 이내 진입 항해를 마친 후 그때까지 추적하고 있던 중국 군함은 “이제 더 이상 귀함을 따라가지 않는다. 부디 편안한 항해가 되기를. 또 만나자”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 격렬하게 대립하면서도 무력충돌 사태는 어떻게든 피하려 한다”며 “양국 군 상층부에서 현장의 함선에 상대를 도발하는 행동은 피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미군 작전이 가장 도발도가 낮은 작전이어서 두 함선이 서로 긴장할 요인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미군은 라센호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일체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라센호는 12해리 이내를 통과했을 뿐 더이상의 행동은 나오지 않았다.
남중국해가 영해라는 중국의 주장을 일축하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소나를 떨어뜨려 인근 지역 정보를 수집하거나 인공섬을 순회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제법은 단지 통과만 하는 ‘무해통항’에 대해서는 의 타국의 영해 안이라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안보 전문가들은 라센호가 이 해역을 지나면서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인공섬이 영토임을 인정했다’는 중국의 착각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앞으로도 3개월에 2회 정도 빈도로 군함을 인공섬 12해리 이내로 파견하겠다고 공언했다. 다음에 미국이 더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지, 중국은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 등 남중국해를 둘러싼 양국의 공방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신문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