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망이 없는 환자에 언제까지 산소호흡기로 연명시켜야 합니까. 초래하는 경제적 비용이 너무 커요. 안타깝지만 누군가는 산소호흡기를 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진행된 중소기업 신용위험 평가를 진두지휘한 조성목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지난 2011년 저축은행이 대규모 적자로 무더기 자본잠식에 빠졌을 때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른 실무 책임자였다.
그는 당시 300명 규모의 특별 검사반을 꾸려 저축은행의 부실을 낱낱이 파헤쳤고, 그 결과 부실 저축은행 33곳이 퇴출됐다.
그런 조 선임국장은 이제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
조 선임국장은 13일 이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부실 기업 지원은 가망이 없는 중환자에 산소호흡기를 꽂아 겨우 목숨을 연명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환자와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겠지만, 누군가는 산소호흡기를 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과거에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진행할 때 퇴출된 저축은행 수가 30개를 넘었다”면서 “당시에도 억울하고 아프다고 항변하는 목소리가 존재했지만, 그런 주장을 다 수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객관적인 잣대로 엄정하게 평가하고, 결과에 따른 부실을 털어내는 게 구조조정의 본질”이라고 역설했다.
부실 저축은행의 산소호흡기를 떼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친 저축은행은 최근 흑자전환을 한 뒤 5분기째 영업이익을 내며 환골탈태했다.
조 선임국장은 “저축은행의 흑자전환은 부실을 털어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면서 “고름을 짜내지 않으면 산업 전체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 수는 예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2011년(77개)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했다. C등급(워크아웃)은 총 70개로 전년 대비 16개 증가했고, D등급(법정관리)은 전년 보다 34개 늘어난 105개다. D등급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은 은행의 추가적인 지원 없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이 그만큼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결과는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이 기존보다 엄정한 신용위험평가 잣대를 들이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최근 3년간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거나 같은 기간 영업현금흐름이 적자인 경우에 한해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했지만, 이번에는 취약업종의 경우 최근 2년간 이자보상배율과 영업현금흐름 등을 추가로 살폈다. 평가대상은 1609개사에서 1934개사로 늘었다.
다만 조 선임국장은 금감원의 압력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됐다는 식의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인위적으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서 이런 결과가 도출된 것은 아니다. 채권은행이 객관적인 잣대와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라면서 “부실이 누적돼 화가 발생할 것을 대비한 선제적인 대응 조치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