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보신 적 있으십니까? 공채 면접 말입니다. 저도 9년 전에 본 기억이 있는데요.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심장이 쫄깃해 집니다. 그날 뭘 입었는지, 회사까진 어떻게 갔는지, 면접서 무슨 말을 했는지, 내 옆자리 앉아있던 사람은 누군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면접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친구에게 보낸 문자만 또렷하네요. “떨어질 것 같아”
여러분의 기억도 저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나마 전 인터뷰 세대입니다. 2~4명 줄지어 앉아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 말입니다. 50대 부장님들과 40대 과ㆍ차장님의 면접 추억도 이 모습이겠죠. 요즘 채용 과정을 보면 빨리 취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면접, 어떠냐고요? 장난 아닙니다. 합숙, PT 면접은 기본이고요. 요리, 새벽 등산, 족구 등을 통해서도 구직자의 인성과 재능을 평가합니다. 편안한(?) 대화를 유도하기 위한 술자리 면접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대학생 때처럼 편~하게 마셨다간 똑! 떨어지겠죠.
면접의 형태가 다양해졌다는 건? 그만큼 준비할 게 많다는 겁니다. 일단, 합숙면접에 응시하려면 정장에, 트레이닝복은 기본이고요. 옷가지를 담아 갈 트렁크도 있어야 합니다. 이것들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다면 사야 하죠.
등산 면접은 더합니다. 티셔츠에 바람막이, 바지, 신발, 스틱까지... 산에 한 번도 오르지 않은 구직자라면 수 십만원은 족히 듭니다. 술자리 면접이라고 다를까요. ‘견디셔’ 생각보다 비쌉니다.
여기에 차비, 점심값, 메이크업 비용까지 더하면... 구직자들 허리가 남아나질 않겠습니다. 돈 벌러 가는 자리에 돈만 쓰고 오는 꼴이네요. ‘면접 한번 보는데 평균 19만원 지출’이란 설문조사 결과가 허세는 아니었습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구직자들에게 면접비를 줍니다. 교통비입니다. 얼마나 주느냐고요? 인크루트에 따르면 대기업은 1인당 3만 6000원, 중소기업은 3만원, 중견기업은 2만6000원을 각각 지급한다고 합니다.
이게 평균이고요.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기업 간 차이가 꽤 큽니다. ‘구직자 선호도 1위’ 삼성그룹은 서울~충청 3만원, 전라 5~7만원, 경상 9만원 등 지역에 따라 차등지급하고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정유 업체는 보통 5만~10만원을 준다네요. 대한항공은 2~4만원 상당의 여권 커버나 비행기 모형을 나눠줍니다.
면접비가 가장 많은 곳은 현대중공업인데요. 지역에 따라 최고 15만원까지 지급합니다. 최저 시급을 받고 일하는 알바생이라면 이틀 꼬박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입니다.
노력대비 결과가 후하네요. 그래서일까요? 면접비를 노리는 알바생들이 있다고 합니다. 회사에 들어갈 생각도 없으면서 면접만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죠. 서류심사 정도는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나름 고스펙을 갖췄습니다.
“△△기업 면접비 2만원밖에 안 줘요”
“○○전자랑 ◇◇상사는 한날 보네요. 면접비 더 주는데 가려고요”
“이제 면접비 주는 회사 얼마나 남았죠?”
보고 있자니 참 한심합니다. 한 사람의 간절함이 누군가에겐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는 현실이 참담하기까지 하네요.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구직자들의 기회를 뺏고 있다는 점에서 잘못된 일이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면접비 알바생들. 그렇게 양다리 걸치다가 가랑이 찢어질 수 있습니다. 적당히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