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다시 폭락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둔화에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좀처럼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12일(현지시간) 구리 3개월물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2.4% 급락한 t당 4823.50달러로 마감해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연 가격도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알루미늄과 납 등 다른 금속 가격도 일제히 하락했다.
국제유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3% 가까이 급락해 배럴당 41.75달러로 마감하며 지난 8월 26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런던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44.33달러로, 45달러 선이 깨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강달러 영향과 함께 중국의 수요 부진에 대한 불안이 원자재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주요 22개 원자재 가격을 종합한 블룸버그상품가격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이 중국 경제의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산업화를 가속화하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을 이끄는 한편 ‘자원 블랙홀’이라 불릴 정도로 왕성한 원자재 수요를 자랑했다.
원자재 시장은 지난 8월에도 한 차례 폭락 장세를 경험했지만 트레이더들과 애널리스트 등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의 부진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공급과잉 불안이 약세장을 이끌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중국발 수요 약화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
피에르 안두란드 안두란드캐피털매니지먼트 설립자는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세가 연초 대비 뚜렷하게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보인다”며 “세계 경제성장률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니콜라스 스노든 애널리스트는 “전선 제조현황이나 에어컨 생산량 등 여러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 생산이 뚜렷하게 위축됐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