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내년 PC 품목의 중기 간 경쟁제품 재지정을 위해 이달 말께 운영위원회를 주관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3년간 적용되는 중기 간 경쟁제품 재지정에 대해 심사하는 자리다. PC 분야는 2012년 처음으로 중기 간 경쟁제품에 지정된 후 대기업 참여제한을 50%, 75% 100% 등 차례로 넓혀온 바 있다.
중기 간 경쟁제품은 대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참여를 제한시켜 중소기업들의 공공시장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다른 품목의 경우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즉시 대기업 참여가 100% 제한되지만, PC는 지정 당시 대기업 시장 철수 등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도별로 순차 적용했다.
올해는 대기업 참여제한이 100% 이뤄지는 첫해다. 그래서 중소 PC 업계는 올해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중기 간 경쟁제품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3년 주기인 중기 간 경쟁제품 지정 효력은 올해가 마지막이어서 중소 PC 업계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실질적인 효과도 내년에 PC가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재지정돼야 가능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LG전자 등 일부 대기업들은 의견수렴 기간에 PC 품목의 중기 간 경쟁제품 지정 반대 건의서를 중기청에 제출했다. 중기 간 경쟁제품 지정으로 혜택을 받는 업체가 소수이며, 제품 단가도 높아 다시 대기업이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다. 중소 PC업계에선 이 같은 대기업들의 공세에 자칫 중기 간 경쟁제품 재지정이 이뤄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판매업협동조합 이세희 운영실장은 “국내 PC 시장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 중인 대기업들이 트렌드에도 떨어지는 데스크톱 시장까지 진입해야 하는 상황이 맞는지 의문스럽다”며 “대기업들이 주장하는 ‘소수업체들만의 수혜’라는 지적도 삼보컴퓨터 등 상위 3개 업체가 이미 자발적으로 조달시장 참여를 자제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소 PC 업계는 PC 품목이 중기 간 경쟁제품 재지정에 실패하게 되면 국내 중소 업체들이 고스란히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실장은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고 나서 많은 업체가 공장 이전, 설비 증축 등의 투자를 했는데, 지정이 취소되면 이 모든 것이 손실처리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조달시장 단가 문제에 대해서도 2단계 경쟁입찰시 할인율을 10%로 제한해 과다출혈 경쟁을 막았다는 것이 중소 PC 업계의 주장이다.
정부조달컴퓨터협회에 따르면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2012년 중소 PC 업체들의 매출은 약 990억원에서 지난해 2396억원으로 급성장했다. PC 제조 중소기업 종사자 수도 2012년 716명에서 지난해 2156명으로 크게 늘었다. 조달시장 등록업체들도 지난해 35개사로 2012년 14개사에서 2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동반성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술력과 자본력이 뛰어난 대기업들은 원천기술과 핵심부품들을 개발하고, 중소기업들은 이를 구매하고 제조하는 상생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