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치러진 미얀마의 자유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두면서 단독 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반세기 동안 이어졌던 군부 지배가 종식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NLD 대변인은 “우리는 전국 70% 이상에서 앞서고 있다”면서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는 않았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얀마 중부 지역에서 NLD 득표율은 80%에 이른다고 전했으며 미얀마 매체들 역시 자체 출구조사 결과 NLD가 80~90%의 지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 NLD가 선출직 의석의 67%를 얻어 상하원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단독정부 구성을 할 수 있게 되며 반세기 동안 지속한 군부 지배가 막을 내리게 된다. 미얀마는 대통령 중심제이지만 대통령을 상하원 합동 의회에서 선출하며 상하원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함으로써 대통령을 배출하는 집권당이 된다.
수치 여사는 이날 NLD의 승리를 시사하면서도 지지자들에게 상대 진영을 자극하는 언동을 삼가라고 당부했다. 수치 여사는 당사 발코니에 나와 모여 있던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 후보들을 축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내가 말하지 않아도 여러분은 모두 결과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패한 후보는 승리한 후보를 인정해야 하지만 패한 후보를 자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미얀마 집권여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총선 패배를 인정했다. USDP의 흐타이 우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가 졌다”고 말했다. 군 출신으로 대통령 출마가 유력시됐던 슈웨만 하원의장도 이날 일찌감치 자신의 지역구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상대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군부가 선거와 상관없이 이미 의회의석의 25%를 장악하고 있어, NLD가 실제로 집권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한 실정이다. NLD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소규모 정당들과 연합을 해야 집권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수치 여사는 NLD가 단독정부를 출범시키지 못하면 소규모 정당들과 연합할 것이며, 자신은 대통령이 되지 못하더라도 새 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치 여사는 외국인 자녀를 둔 후보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금지한 개정 헌법 조항에 따라 내년 2월 초로 예상되는 대선에 입후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선거는 수치 여사가 이끄는 NLD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참여하는 총선으로, 25년 만에 실시되는 자유·보통 선거를 표방했다. 미얀마는 2011년 이후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했으나 시장에서는 군부 정권의 한계성을 지적해왔다. 이에 미얀마가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화 개혁이 지속할 것이라는 신뢰를 얻으면 미얀마에 대한 외국인 기업들의 투자와 관심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