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단 구속 기소 200명 성과= 합수단은 2013년 5월 서울 서초구에 현판을 내건 이후 2년 6개월 동안 200명의 증권범죄사범을 구속 기소했다. 불구속 기소자는 185명에 달한다. 또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불법 수익이나 숨긴 재산을 추적해 57건, 431억6000만원 상당을 추징보전 청구했다.
합수단은 또 회사의 대주주나 대표이사 14명을 수사해 6명을 구속 기소하고 8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성과도 냈다. 이들의 수사가 브로커나 일반 직원의 미공개 정보 이용 사례에 그치지 않고 몸통을 겨눈 칼날도 날이 섰던 셈이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 중 하나는 합수단과 자조단의 유기적 협업이란 평가가 나온다. 자조단은 적발한 증권범죄 사건을 신속하게 조사해 합수단에 넘기는 ‘패스트트랙(Fast-Track)’ 방식을 택하고 있다. 증권범죄는 조사 기간이 길어지면 증거인멸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고려한 협업 체계다.
자조단은 삼성테크윈 매각 정보를 이용한 내부 직원뿐 아니라 CJ E&M 직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실적 정보를 사전에 이용한 혐의도 신속하게 조사, 합수단에 넘기는 성과를 냈다. 이런 시스템 덕에 기존에는 1년 가까이 걸리던 주가조작 사건 처리 기간이 평균 106일로 줄었다.
김홍식 자조단 단장은 “중요한 사건의 경우 합수단과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합수단과 자조단이 앞으로 2·3차 정보 이용자를 적발하는 성과를 낼지에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1차 정보 이용자만 처벌할 수 있는 제도의 한계를 벗고자 지난 7월 2·3차 정보 이용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쳤다. 한 다리 건너 미공개 정보를 받은 자도 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얻었다면 법망에 걸린다.
자조단이 조사를 진행 중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면세점 선정 미공개 정보 이용은 2·3차 정보 이용자의 첫 처벌 사건이 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자조단은 이번 한화갤러리아 사태와 관련 2·3차 정보 이용자로 의심되는 인물들을 폭넓게 불러 조사했다. 자조단의 조사 토대에 따라 합수단의 기소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수사당국 간 업무체계 충돌은 해결해야 할 과제= 증권범죄 수사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수사당국 간의 업무 체계 충돌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한국은 금융위에서 감독정책을 담당하고 집행은 금감원에서 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행 부분마저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사실상 양분되면서 주요사건은 금융위가 하되 실무인력은 금감원에서 대부분 수혈하는 구조가 됐다.
금융위 자조단은 금감원 파견 직원 9명, 파견 검사 2명, 법무부 직원 3명을 비롯해 거래소 직원과 금융위 소속 공무원 등 2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 3개 부서 인원은 파견인원을 제외하고도 90명에 달한다. 금감원 조사인력들은 조사하고 있는 사건의 규모가 커지면 자조단으로 넘기고 임시 파견 또는 공조 형태로 업무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올해 상반기 한국거래소에서 금감원으로 보낸 통보 사건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가량 줄었다. 금감원을 한 단계 거치기보다 패스트트랙을 활용해 자조단으로 직접 통보하는 사건이 늘어난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증권범죄를 적발해 수사당국에 넘길 경우 그 사건이 2~3년 이상 지속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범죄자를 잡았다는 공은 자조단과 검찰 증권범죄 합수단에서 발표하는데 실제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려다니며 진술을 해야 하는 것은 권한이 없는 실무자”라며 “재판에서 원래 취지대로 승소하는데도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수사당국이 성과주의에 빠져 수사를 무리하게 확대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대우증권의 블록딜과 관련,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항은 관련자가 애널리스트가 아니다”며 “그러나 애널리스트로 해석되면서 애꿎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