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업계 2위의 대우증권을 잡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KB금융은 뛰어난 자본 조달력을 바탕으로 대우증권을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함으로써 금융지주회사로서의 탄탄한 면모를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KB금융은 대우증권 및 산은자산운용 매각절차 참여를 위한 예비입찰제안서를 KDB산업은행에 제출했다고 2일 밝혔다.
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오기 이전부터 KB금융은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돼왔다. 막강한 자금력과 증권 부문의 시너지 효과 등의 이유에서다.
현재 KB금융의 재무 상태를 감안하면 대우증권을 인수할 수 있는 자금조달 여력은 그 어떤 인수 후보군보다 충분하다. KB금융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자회사 출자 총액)은 105.1%로 신한금융지주(120.7%)와 하나금융지주(123.4%)에 비해 안정적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의 자본여력은 약 3조45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자회사인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로부터 배당을 받을 경우 자금 조달 능력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KB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높고, 비은행 부문 계열의 비중이 작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은행의 강한 영업력 대비 증권 부문의 경쟁력이 다소 약한 편이다. KB금융 내 KB국민은행의 비중은 70%를 넘어선다.
그렇기 때문에 대우증권 인수는 KB금융이 금융지주로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업계 2위의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단번에 증권업계의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룹에 취약할 수 있는 본원 경쟁력 강화를 통해 은행과 보험, 금융투자 등을 아우르는 수익구조 다변화로 안정적 경영기반 구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 의존도가 높은 사내 문화와 증권업에 대한 낮은 이해도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형 증권사를 인수해 관련 리스크 관리를 잘해나갈 수 있는지 여부에 있어서는 아직 의구심이 남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다른 인수후보자들 역시 대우증권 인수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는 것도 KB금융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은 최근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무리한 고가 입찰 경쟁에는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13년 KB금융은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전력이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최근 대우증권 인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인수 준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폭 넓은 금융소비자 대상 리딩 금융그룹으로 업그레이드된 복합금융상품 및 종합 자산 관리를 통해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업은행은 2인 금융자회사(대우증권 및 산은자산운용) 주식 매각 예비입찰 결과 KB금융, 미래에셋, 한국투자증권 등 3개 금융사와 대우증권우리사주조합 등 총 4개사가 예비입찰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이달 초 대우증권 매각 관련 본입찰 적격자를 선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