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내년도 국가 채무가 사상 최초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4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연구 조사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번 연구에는 기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페이고(pay-go)법 외에도 채무비율과 지출 증가율을 제한하는 등 폭넓은 재정준칙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 사례 분석을 통해 재정 준칙 도입 방안에 대해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기재부는 재정학회에 관련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기재부가 재정준칙 도입과 관련해 연구용역을 맡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페이고 원칙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등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 부총리의 재정준칙 도입 검토에 따른 후속 조치의 일환”이라며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페이고를 포함 재정준칙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재정 준칙은 재정에 대한 행정부의 재량권을 제약하는 것으로 재정지출, 국가채무 등 총량적 재정지표에 대해 구체적 운용 목표를 규정한 것을 말한다. 이번 연구용역에는 기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된 페이고 외에도 채무비율이나 정부 지출 증가율 등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폭넓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독일과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상당수 국가들은 지속적 국가채무 증가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독일은 2009년 헌법 개정을 통해 균형 재정 목표연도를 설정하는 동시에 순차입 규모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채무준칙을 도입했다.
프랑스는 법률을 통해 연금과 국가채무 이자비용을 제외한 정부 지출의 증가율을 동결하는 지출준칙을 운용하고, 영국은 법률을 통해 GDP 대비 공공부문 순차입의 비율을 전년보다 줄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들 국가도 긴급예비비 등을 따로 마련하는 등 경기변동에 대비하고 있다.
재정학회 관계자는 “폭넓은 재정준칙 도입으로 인해 정부가 재정운용을 할 때 제약이 발생할 수 있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국가들도 여러 예외 조항을 둬 운용하고 있다”며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라도 재정 상황 등 여건에 맞게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