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선호 사상이 강한 지역 출신의 남성과 결혼한 여성은 집안일을 더 많이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서울대에서 개최한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에서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은 '부모의 남아선호, 성역할 태도와 가사분담'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남아선호가 강하게 나타난 지역에서 태어난 남성은 남아선호가 덜 강한 지역의 남성에 비해 전통적인 성역할 태도를 지닐 확률이 높고, 이는 가사노동 배분의 차이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남아선호 정도는 1990년대 초·중반의 출생성비로 측정할 수 있는데, 이 시기 성감별 기술의 보급으로 성감별 낙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1991∼1994년 출생성비가 115인 지역에서 태어난 남성과 결혼한 여성은 출생성비가 105인 지역의 남성과 결혼한 여성에 비해 하루에 34분 더 가사노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정상적인 출생성비는 103∼107이었다. 출생성비가 115라는 것은 여아가 100명 태어날 때 남아는 115명 태어나는 것을 뜻한다.
1990년 출생성비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출생성비가 131인 경북에서 태어난 남성과 결혼한 여성은 출생성비가 112인 인천 남성과 결혼한 여성에 비해 하루에 무려 65분을 더 가사노동에 사용했다.
실제로 성역할 인식을 묻는 문항에 대해 남편이 전통적인 성역할에 가깝게 응답할수록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은 더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아내 본인의 문화적 배경 및 주관적 성역할 인식은 가사노동 시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조건을 개선하는 것과 동시에 남편의 성역할 태도의 변화가 수반돼야만 가구 내 남녀 불평등이 해소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1990년대 중반부터 출생성비가 감소해 2000년대에는 정상성비를 회복한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 남아선호는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따라서 가구 내 남녀불평등의 개선은 과거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