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2차전지 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강조해온 구 회장의 결정이 현재 LG화학이 전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글로벌 2차 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화학의 2차 전지 사업은 약 20여년 전인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구본무 회장은 그룹의 미래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영국 출장에서 한번 쓰고 버리는 건전지가 아니라 충전을 하면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이 가능한 2차전지를 접하고, 2차전지가 미래의 새로운 성장사업이 될 가능성을 보았다.
이에 구 회장은 귀국하면서 2차전지 샘플을 가져와 당시 계열사였던 럭키금속에 2차전지를 연구하도록 했다. 이후 1996년에 리튬전지가 음극재, 양극재, 전해질 등 화학물질로 구성돼 있어 소재분야 연구능력에 강점이 있는 LG화학으로 럭키금속의 전지 연구조직을 이전해 연구를 계속 진행토록 했다.
하지만 성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1997년에 LG화학 연구진들이 소형전지 파일럿 생산을 처음으로 성공하긴 했지만 대량 양산하기에는 품질이 따라주질 않았고, 일본 선발업체들의 기술력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90년대부터 수년간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가 안 나타나자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러나 구 회장은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라.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라”고 독려했다.
2005년 2차전지 사업이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을 때도 구 회장은 “이 사업은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이라며 “끈질기게 하면 반드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다시 한번 임직원들을 다독여 나갔다.
그 결과 현재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중대형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경쟁력 1위로 평가 받는 등 2차전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13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건트리서치가 발표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기업 평가에서 LG화학은 주요 업체들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또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에서 2013년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차지하는 등 중대형 배터리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LG화학은 현재 현대∙기아차를 비롯, 미국의 GM, 포드, 유럽의 폴크스바겐, 르노, 볼보, 아우디, 다임러, 중국의 상해기차, 장성기차, 제일기차 등 20여개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