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자국통화 가치 폭락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가 엉뚱한 곳에 분풀이를 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미국 앨라배마 소재 환율정보제공업체 ‘달러투데이닷컴(dolartoday.com)’을 사이버테러 혐의로 고소했다고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앙은행은 “이 업체 사이트가 베네수엘라에서 금지됐지만 이들은 193만명에 달하는 회사 트위터 팔로워들을 이용해 정부 검열을 뚫고 사이버테러 형식으로 베네수엘라 경제와 중앙은행의 평판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달러투데이는 하루 100만명이 방문하며 베네수엘라 볼리바르화 환율을 제공하고 있다.
중앙은행 변호인인 로펌 스콰이어패턴보그스의 애덤 폭스는 “달러투데이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성해 각종 경제회복 난관 극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베네수엘라에 더 큰 혼란을 초래했다”며 “회사는 한 나라의 재정정책을 전복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베네수엘라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지난 수년간 경제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반토막 나면서 결정적 타격을 받았다.
베네수엘라 경제학자인 아스드루발 올리베로스는 “외환시스템 재앙을 초래한 책임은 정부와 중앙은행에 있다”며 “다른 데서 이유를 찾는 것은 말도 안 되며 변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작은 미국 웹사이트가 한 나라 경제에 이토록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야말로 베네수엘라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1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내전으로 허덕이는 우크라이나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최악의 성적이다.
베네수엘라 암시장에서 1달러는 820볼리바르로 바꿀 수 있다. 이는 달러·볼리바르 공식 환율 6.3볼리바르의 130배에 달하는 수치다. 불과 13개월 전만해도 암시장에서 달러·볼리바르 환율은 100볼리바르 정도였다.
한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9월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이 무려 133%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지난주 베네수엘라중앙은행은 자국 외환보유고가 153억5000만 달러(약 17조3800억원)로 12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