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세입 엉뚱한 데 쓰고 빚내서 건강증진기금 내는 정부

입력 2015-10-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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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부담금 2년 새 1.3조 증가… 내년도 예산안엔 기금 3000억 또 차입

정부가 지난 1월 담뱃세를 인상하면서 세입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담배부담금으로 조성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여전히 차입해 메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엉뚱한 곳으로 돈이 흘러 들어가 정작 써야 할 곳은 재원이 부족한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1일 분석한 내년도 예산안 자료에 따르면 담배부담금은 올해부터 궐련 20개피(1갑)당 354원에서 841원으로 인상됐다. 이에 따라 재원도 2014년 1조6000억원에서 2016년 2조9000억원으로 2년 새 1조3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는 2016년도 예산안에서 주로 담배부담금으로 조성되는 건강증진기금을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부터 3000억원 차입하도록 편성했다. ‘건강 증진’을 명분으로 담뱃세를 올려놓고 은근슬쩍 이 돈을 전용한 것이다.

담배부담금 증액분 사용처를 살펴보면, 건강보험 재정 지원금 8700억원, 금연사업 1202억원, 예방접종사업 968억원, 차입원금 상환 1000억원 등이다. 금연사업과 예방접종사업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건강증진사업의 확대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특히 지난 2011년부터 차입한 건강증진기금의 누적 차입금은 내년도까지 포함해 1조7686억원으로, 이자만 5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산처는 “조세 외로 징수되는 2조9000억원의 부담금이 보건분야의 일반적 재원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자금 부족으로 2011년부터 차입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기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들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또 올해 1475억원 규모였던 국가금연서비스사업 예산이 내년에는 오히려 160억원 줄어든 1315억원을 배정한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예산처는 “국민건강증진과 흡연율 감소를 위해 담뱃세를 인상한 만큼 사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축소하는 것은 정부의 금연정책과 부합하는 예산 편성으로 보기 어렵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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