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살점이 벌벌 떨립니다."
북측에 있는 이산가족을 만나기 위해 19일 등록장이 마련된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 도착한 남측 가족들은 한결같이 상기된 표정이었다.
북에 있는 사촌오빠 편히정(84) 씨와 만남을 앞두고 있는 편숙자(78) 씨도 이 가운데 한 명이다.
여든을 바라보는 편씨는 기다림이 지친 듯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등록 순서를 기다렸다. 하지만, 오랜만에 혈육을 만난다는 생각을 떠올리자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편씨는 "내가 직접 경찰서 가서 수속을 다 했다"면서 "만나도 얼굴은 모를테지만, 뼈다구니까 반갑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강화선(89) 씨는 시동생인 송동호(81) 씨가 65년 전 의용군에 징용되면서 생이별을 해야 했다.
강씨는 "기분이 좋다. 65년간 못 만났잖아. 시동생 만나러 가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으냐"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북쪽의 동생 림달수(81) 씨와 상봉을 앞둔 임찬수(88) 씨는 거동이 불편한 듯 휠체어에 몸을 의지했다.
하지만, 가끔 일어나 직접 동생들에게 준비해온 선물의 포장 상태 등을 점검해보라고 다그칠 정도로 들뜬 모습이었다.
북쪽의 여동생 김남동(83) 씨를 만나러 가는 김남규(96) 씨의 조카사위 강희욱 씨는 "장인어른이 하루 3번 운동을 나가신다"면서 "여동생을 만나려고 건강관리를 하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미 사망한 줄 알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청해 상봉으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영희(79) 씨와 가족들은 이번에 만나는 오빠 리상준(82) 씨가 사망한 줄 알고 제사도 지내왔다고 밝혔다.
김용순(81) 씨는 작년 19차 상봉 때 신청했지만 돌아가셨다는 통보를 받고 허탈했지만 이번에 생존이 확인돼 극적으로 만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