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시 영업시간’ 논란에 은행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말한다. 은행 영업시간 외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기 때문에 퇴근은 그보다 훨씬 늦다는 게 그들의 항변이다.
은행원들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A은행 일선 영업지점에서 근무하는 B씨의 하루를 들어봤다.
B씨는 출근을 위해 오전 5시 45분 일어난다. 은행의 영업시간은 9시까지지만 7시까지는 가서 업무 준비를 해야 한다. 씻고 나갈 채비를 마치면 6시 30분. 아침 식사는 간단히 두유 한 잔으로 대체한다.
7시 10분 지점에 도착했다. 어제 밀린 서류정리, 각종 장표 출력, 결재서류 정리하기 바쁘다. 마무리하니 벌써 개점 시간이 다가왔다.
개점인사 후 여신 상담한 것들을 신청하고 손님 받고 업무처리 하다 보면 점심시간이다.
오후 12시 30분에 점심 먹으려는 찰나에 다른 고객이 너무 바쁘다며 번호표 무시하고 자리에 앉고 업무처리 요청한다. 이를 처리해주고 나니 15분이 지났다.
점심은 4층 식당가에서 설렁탕 한 그릇을 먹었다. 소화시킬 여유도 없이 양치하고 자리에 앉아서 다시 업무를 본다.
오후 1시 30분 금요일 오후 객장엔 이미 대기인원이 15명이다. B씨는 자기 업무를 해야 하지만 고객들이 눈치를 줘서 창구 번호표 손님들을 데리고 와서 다른 업무를 도와줬다. 여전히 고객들은 “왜 이렇게 대기가 많으냐”고 투덜댄다.
오후 4시. 마감시간이 다가왔다. 그러나 아직 객장에 10여명 손님이 남아 4시 30분에야 마감이 시작된다. 오늘 장표정리, 시재정리하고 외화 마감을 하면 6시가 훌쩍 넘어간다.
배 고프고 피곤한 B씨는 6시 반 잠깐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다시 남은 업무를 처리한다.
오후 7시. 오늘 상담한 대출서류 검토하고, 배가 고프지만 저녁을 먹으면 더 늦어지니 그냥 업무만 보기로 했다. 하다 보니 두 시간이 흘렀다.
오후 9시부터 집단대출 서류 정리를 시작했다. 다음 주까지 취급할 게 50건 남았다. 이를 정리하다 보니 오후 10시였다. B씨는 너무 힘들어 그냥 서류들을 서랍에 던져놓고 퇴근하기로 했다.
30분 후 집에 도착한 B씨는 씻고 나서 아이랑 놀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그러나 오후 11시 이미 녹초가 돼 잠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