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에 다니는 김 대리(32)는 24시간 회사에 묶여 있는 기분이다. 카카오톡을 전사적으로 업무용으로 쓰기 시작한 이후 카톡 알림은 퇴근 이후는 물론 주말까지 가리지 않고 울려댄다. 상사가 카카오톡 답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불편한 심경을 보여 어떤 상황에서든 일일이 내용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 홍보대행사에 다니는 이 씨(38)는 최근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몇달 전 회사가 기존 PC용 메신저와 함께 모바일에서도 메신저 사용이 가능한 카카오톡도 병행해 쓰기로 하면서, 자신의 PC와 휴대폰에는 메신저 알림이 쉴 새 없이 뜨기 때문이다. 상사를 피해 직원들 간 은밀히 개설된 각종 단체 카톡방도 그에겐 여간 고역이다. 잠깐만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아도 순식간에 100여개의 메시지가 보지 않음으로 떠 있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카카오의 카카오톡, 네이버의 라인 등 개인적 용도로 쓰이는 모바일 메신저가 업무에서도 사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들이 기존에 사용해 왔던 사내 메신저가 모바일 환경을 지원하지 않거나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전용 사내 메신저가 없어, 개인 메신저를 업무용으로 활용한 데 따른 것이다.
편하고 빠르게 언제 어디서나 업무상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私)적인 공간에서 공(公)적인 업무가 이뤄지다 보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장인들도 많아졌다. ‘메신저 피로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된 것이다.
19일 IT업계에 따르면 이스트소프트는 지난달 7∼13일 20세 이상 직장인 16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5 기업 내 업무 커뮤니케이션 실태 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의 51.3%가 개인 메신저를 업무용으로 사용하며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를 느끼는 원인으로는 개인 메시지와 업무 메시지 혼재(34.2%), 사생활 침해(29.4%), 밤늦은 시간 업무 메시지(24.4%), 잦은 알림(12%) 순으로 꼽았다.
또 오피스 메신저 사용 확대로 직장 상사 혹은 동료와 껄끄러운 사이가 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는 전언이다. 무역회사를 다니는 조 씨는 동기들과의 단체카톡방에 올린다는 것이 실수로 부서 단체카톡방에 상사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았다. 바로 ‘죄송하다’고 메시지를 띄웠지만, 조만간 있을 인사고과가 불안하다.
회사 눈치 보느라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휴가 사진하나 마음 놓고 못 올리는 것도 오피스 모바일 시대를 사는 직장인의 고충 중에 하나로 거론된다. 직장 동료간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연락이 닿다보니 메시지 과잉이 이뤄지는 것도 모바일 오피스 사회의 한 단면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퇴근 후 삶과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직장인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일반 메신저를 업무에 사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직장에서만 사용하는 사내 메신저를 도입해, 임직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나아가 업무 생산성도 향상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