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사 10명 중 8명은 현행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 교사는 미국 교사보다 집필 기준에 정치인이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큰 것으로 인식했다.
18일 학계에 따르면 단국대 대학원 교육학과 최정희 박사는 2013년 학위논문 '역사교과서 집필 국가기준의 개선방향 탐색'에서 한국과 미국 사회과 교사를 대상으로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에 대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시행했다.
집필기준이란 과목별 교육과정과 연계해 교과서의 서술방향을 담은 자료다.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가 교육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다.
설문은 2012년 7∼10월 한국 교사 501명과 2010∼2012년 가을학기 미국교사 205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그 결과 양국 교사 간 집필기준에 대한 인식에서 큰 차이가 발견됐다.
집필기준 작성 시 가장 크게 고려되는 목표에 대해 한국 교사의 77.1%는 교육외적 요인인 '국가정체성 함양'이라고 생각한 반면, 미국 교사는 56.8%가 교육내적 요인인 '학습자의 관심'이라고 답했다.
한 한국 교사는 심층면접에서 "일본 식민지 시대를 전후해 발달한 한국의 근대 역사학은 태생적으로 국가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경향을 강하게 지닐 수밖에 없다"며 "이런 한계로 국가정체성 함양을 역사학의 유일한 목표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집필기준의 내용에 대해서는 한국 교사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이었다.
집필기준의 정치적 편향성을 묻는 조항에는 한국 교사의 82.9%가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 교사의 52.1%보다 훨씬 높다.
또 한국 교사는 51.9%가 집필기준의 작성과 채택 과정이 '비민주적'이라고 밝혀, 같은 응답을 한 미국 교사의 비율(39.5%)을 크게 웃돌았다.
집필기준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한국 교사의 41.9%가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을 꼽았다. '교육부 관료' 31.9%, '역사학자' 22.8%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 교사는 '교과서 출판사'라는 응답이 38.0%로 가장 많이 나왔고, '교육부 관료' 27.8%,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16.6% 등의 순이었다.
양국 교사 모두 집필기준이 역사 교과서 집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봤지만, 실제 역사 교육에서 미치는 영향력을 두고는 생각이 다소 달랐다.
한국 교사는 85.8%가 학생을 가르칠 때 집필기준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지만, 같은 응답을 한 미국 교사는 25.3%에 그쳤다.
이는 한국 교사는 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교과서'(34.1%), 미국 교사는 '교사'(50.2%)를 꼽은 것과 연관이 있다.
한국 교사는 집필 기준을 근거로 만들어진 교과서에 많이 의존하는 데 비해 미국 교사는 개인의 자율성을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논문은 2년 전에 발표된 것이지만, 단일 교과서가 만들어지면 집필기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다는 점에서 이 설문이 주는 의미가 적지 않다.
최근 국사편찬위는 2017학년도부터 적용되는 단일 교과서에 쓰일 집필기준 시안을 만들었고, 조만간 교육부에서 확정·고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