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는 올해 말 사업권이 종료되는 서울과 부산 시내 면세점 입찰전에서 총 4번의 사업계획 발표(PT)를 진행한다. 면세점 입찰에 참가한 기업들 가운데 유일하게 △롯데 소공점 △롯데 월드타워점 △워커힐 △부산 신세계 등 총 4곳의 입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세계는 가장 먼저 PT 경쟁이 벌이지는 워커힐 면세점을 뺏기 위한 첫 번째 타자로 나선다.
◇정용진 “면세점 사업 확장으로 사업보국하겠다” = 신세계가 지난달 말 시내면세점 입찰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정용진 부회장의 자필 인사말이 가장 먼저 나온다. 정 부회장의 인사말에는 “면세사업을 잘 할 수 있는 신세계그룹이 이번에 선택돼 관광산업에 이바지하고 사업보국(事業報國)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달 22일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신청 마감일(25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특허 유치전 참여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그만큼 반성과 보완, 분석 작업을 철저히 했다. 지난 6월 1차 면세점 쟁탈전에서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한 신세계의 절치부심을 가늠케 한다.
신세계의 이 같은 자신감은 지난 6월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사업계획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세계는 서울 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강북의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제안했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은 “서울의 경우 한국 관광 1번지인 명동지역에 남대문시장을 연계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복합관광단지 모델을 제안할 예정”이라며 본점을 후보지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성 사장은 “SC제일은행 건물에 관광객 편의시설을, 본관에 매장을 만들면 매장 면적이 3000평도 채 되지 않아 충분한 규모를 갖추기 어려웠다”며 “이번 사업계획서에는 신관 5개층(8~12층)에 5500평 매장(약 83%↑)을 만드는 계획을 담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신규면세점 입성 실패 당시 약점으로 지적됐던 주차장과 물류센터 등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책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사회공헌 차원에서 남대문 상권을 중심으로 한 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명품 등 브랜드 유치, 상품기획, 마케팅, 고객서비스 등 그룹 고유의 유통 역량을 집결해 시내면세점을 유치한다는 각오다.
◇면세점 경영 노하우 충분… 시장 독과점 문제 거론 = 신세계는 지난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의 지분을 인수하며 면세업에 진출했다. 다음해에는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낸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운영권도 확보했다. 특히 지난해 부산 시내면세점이 법규수행 능력 평가 우수 등급을 획득하는 등 면세점 경영 능력은 이미 입증된 셈이다.
운영인의 경영능력 또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올해 전체 투자 규모를 사상 최대인 3조3500억원으로 확정했다. 그룹 차원의 자금력을 면세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신세계의 출자로 면세점 별도법인인 신세계디에프를 설립하고, 면세사업을 그룹 차원에서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최고 전문가 집단을 포진했다.
한편 신세계는 신세계 면세사업 진출의 당위성을 뒷받침할 주요 근거로서 롯데와 호텔신라의 면세점 시장 독과점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성 사장은 “시장이 10조원에 이를 때까지 여전히 2개 회사가 85%에 가까운 점유율을 가져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제 새롭고 차별화한 면세사업을 시도하는 기업의 시장 진입을 허용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면세점 특허가 다른 업체로 넘어가면 직원들이 일자리를 뺏길 것”이라는 롯데면세점의 주장에 대해서도 “100% 고용 승계 보장”을 내세워 반박했다. 성 대표는 “신세계가 월마트를 인수할 때도 100% 고용을 승계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며 “면세사업을 계속 확대하기 위해 스카우트도 하는 마당에 잘 숙달된 인력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