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47) 넥슨(NXC) 대표가 수천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감수하고 엔씨소프트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김 대표가 이런 가슴 아픈 결정을 한 것은 엔씨소프트와의 협력이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15일 김 대표는 장 종료 직후 넥슨이 보유한 엔씨소프트 지분 전량에 대한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추진, 하루 만에 성공했다. 블록딜 수량은 330만6897주(15.08)로 한 주당 매각 가격은 전날 종가(19만6500원) 대비 7.4%의 할인율이 적용된 18만1959원에 결정됐다.
넥슨은 이번 블록딜로 총 6017억원 규모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지만 사실상 손실 금액은 무려 2250억원에 달한다. 넥슨은 앞서 2012년 6월 엔씨소프트 창업주인 김택진(48) 대표로부터 엔씨소프트 주식 321만8091주(14.68%)를 주당 25만원에 취득(8045억원)했지만 이번 매각가는 주당 6만8000원이나 낮아졌기 때문이다.
서울대 공대 선후배 관계인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가 사업적 동지가 된 것은 20012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정주 대표는 엔씨소프트 주식을 14.68% 사들이며 1대 주주로 등극한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일렉트로닉아츠(EA)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EA 경영권 인수가 실패로 끝나면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경영 간섭이 싫었고 넥슨은 1대 주주의 역할에 제동이 걸려 답답했다.
갈등은 결국 전쟁으로 비화했다. 넥슨이 지난해 10월 넥슨코리아를 통해 엔씨소프트 지분을 0.4%(8만 8806주)를 추가로 취득한 것이다. 넥슨의 보유지분은 기업결합 신고 기준(15%)을 넘은 15.08%가 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심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했다. 이는 엔씨소프트의 △임원의 선임ㆍ해임 △정관 변경 △배당 △회사의 합병ㆍ분할 △주식 교환ㆍ이전 △영업의 양수도 등에 관여하겠다는 의미였다.
엔씨소프트 역시 “넥슨의 일방적이고 과도한 경영간섭”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하며 대비책을 마련했다. 엔씨소프트는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을 백기사로 끌어들여 자사주 8.93%를 넘기며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우호지분을 확보했다. 이로써 엔씨소프트의 지분은 넥슨이 15.08%, 김택진 대표 9.9%, 넷마블게임즈 8.93%, 국민연금이 7.89%를 각각 나눠 갖게 됐으며 김택진 대표의 우호 지분율은 18.83%까지 올라갔다.
경영권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김정주 대표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 손해를 감수하고 지분 전량 처분를 결정한 했다. 이로써 두 사람은 3년 4개월 만에 좋지 않은 감정만 잔뜩 남기고 결별을 직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