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수세에 몰렸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반격이 심상치 않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를 장악하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우호지분 확보 싸움을 본격화했다. 무엇보다 신 전 부회장이 단독으로 광윤사의 지분 절반을 확보하면서 대표가 돼 동생 신 회장의 경영을 간섭하기 위한 첫 단추를 뀄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다음 단계로 롯데홀딩스의 2대 주주이자, 신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알려진 종업원지주회 공략에 나섰다.
신 전 부회장은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광윤사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주총에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주식 1주를 넘겨 받았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 50%+1주, 즉 과반수를 확보해 광윤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혼자서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사실상 광윤사를 신 전 부회장이 장악했다는 의미다.
지난 1970년대 세워진 광윤사는 롯데 일가 회사나 마찬가지다. 롯데그룹 전체의 자금을 관리하기 위한 페이퍼컴퍼니 역할을 하며 순환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다. 광윤사의 개인별 지분율은 △신 전 부회장 50% △신 회장 38.8% △신격호 총괄회장 0.8%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신 총괄회장 부인) 10%로 구성됐다.
우선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통해 신 회장을 압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광윤사 지분을 통해 롯데홀딩스에서 한일 롯데그룹을 상대로 각종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신 회장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용이해졌다는 것이다.
이제 신 전 부회장의 다음 타깃은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롯데홀딩스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를 완전히 장악했지만, 그 지배력이 롯데홀딩스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롯데홀딩스에 대한 지분율은 광윤사(28.1%)와 신 전 부회장(1.6%) 몫을 합해도 30%가 되지 않는다. 이에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지분 27.8%를 가진 종업원지주회를 회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지난 8월 열린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종업원지주회는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종업원지주회를 자신의 우호세력으로 확보하는 데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 측 인사는 “종업원지주회의 이사회 구성이나 이사회 결의 방식 등에서 우호세력으로 돌릴 수 있는 방법론이 이미 준비돼 있다”며 “신 전 부회장도 우호세력으로 전환시키는 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이사회 이후 15일 귀국하기까지 종업원지주회 관계자와 만나 자신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부회장이 종업원지주회만 우호세력으로 확보하면, 롯데홀딩스 지배력은 단숨에 55.9%로 올라간다. 신 회장에게서 한ㆍ일 양국의 롯데 경영권을 모두 빼앗아 올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이 적극 추진한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 손실 부분이 이번 사태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신 전 부회장은 큰 폭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 롯데쇼핑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중국에 진출한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로는 롯데백화점(5곳), 롯데마트(115곳)가 있다.
CEO스코어데일리는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인 롯데쇼핑ㆍ롯데제과ㆍ롯데칠성음료ㆍ롯데케미칼의 중국과 홍콩 법인들이 지난 4년(2011~2014년)간 총 1조1513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집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