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사상 최대’ EMC 인수 흥행에 성공한 델, 배보다 배꼽…채무 눈덩이, 인수자금 조달도 막막

입력 2015-10-13 08:59 수정 2015-10-1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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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C 채무액 500억 달러…델, 인수자금 규모와 맞먹는 660억 달러 채무 떠안게 돼

미국 컴퓨터 제조업체 델이 업계 사상 최대 금액에 데이터 스토리지 업체인 EMC를 인수하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막대한 규모의 인수자금이 가뜩이나 채무에 허덕이는 델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델과 사모투자전문회사인 실버레이크는 12일(현지시간) EMC를 670억 달러(약 76조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주 델이 EMC와의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전의 인수가보다 28% 높은 수준이며, 지난 5월 아바고테크놀로지가 브로드콤을 370억 달러에 인수한 것보다 무려 300억 달러가 많은 액수다. 이로써 델의 EMC 인수는 정보기술(IT) 업계의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델은 EMC 1주당 현금 24.05달러를 지급하고 ECM가 대주주로 있는 VM웨어의 9달러 상당의 트랙킹스톡을 할당할 계획이다. 크랙킹스톡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고자 모기업 주식과 별도로 발행하는 주식을 뜻한다.

이번 M&A를 통해 델은 다양한 제품군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해 PC 시장에서의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델은 데이터 스토리지 분야에서 1위 업체로 부상해 휴렛패커드(HP), 뉴타닉스 등과 같은 경쟁사에도 대항할 수 있게 됐다. 또 EMC가 80% 지분을 가진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VM웨어도 갖게 됐다.

EMC는 델과의 합병으로 비상장회사로 전환되나 VM웨어는 합병되지 않고 지금과 같은 독립적인 존재로 주식시장에서 거래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델의 EMC 인수가 기업용 IT 시대의 새로운 혁신을 불러올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인수를 통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채무액을 델이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다. 블룸버그통신은 델이 이번 인수로 기존의 채무 110억 달러에다 EMC의 채무 500억 달러까지 떠안아 총 채무액이 660억 달러에 달하게 됐다고 전했다. EMC 인수 금액이 670억 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델은 인수 자금과 거의 동등한 채무액을 떠안게 된 것이다.

반면 EMC 입장에선 호재다. 맥쿼리그룹의 라제쉬 가이 애널리스트는 “EMC에겐 이번 M&A가 상당한 희소식”이라며 “EMC가 우려했던 워크아웃 상황까지 가지 않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MC는 올들어 주가가 13% 하락하면서 주주들로부터 주가 부양 압박을 받아오다가 결국 회사를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또 조 투치 EMC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성장 전망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투자자들의 거센 공격에 자리 위협까지 받아왔다. 그러나 델과의 합병으로 채무 부담도 덜고 그간 불투명했던 경영권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여 다방면에서 수혜를 입게 됐다는 평가다.

현재 델은 실버레이크와 협력해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작업은 EMC 주주 승인 등을 거쳐 내년에 마무리될 전망이며, 델의 창업자인 마이클 델이 통합회사의 회장 겸 CEO를 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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