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임장 어떤 내용 담았나 = 신 총괄회장이 자필 서명한 위임장은 A4 용지 한장으로 ‘위임장’이라는 단순한 제목이 붙어있다. 제목 밑에는 ‘본인은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 총괄회장인 바, 최근 본인의 둘째 아들인 신동빈이 본인을 일본법에 의해 설립된 (주)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직과 회장직에서 해임했습니다. 이는 롯데그룹을 창업한 본인을 불법적으로 축출하려는 행위로 생각하므로 한국과 일본에서 다음과 같은 법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본인의 큰아들인 신동주에게 위임합니다’라는 긴 문장으로 시작한다.
본문 밑에는 ‘위임 사항’이라는 내용으로 4항의 문구가 적혀있다. 내용을 정리하면 △본인을 해임한 사실에 대하여 불법적인 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일체의 민형사상의 법적조치 및 행위 △롯데그룹 회사들의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 등 비리를 밝히기 위해 필요한 일체의 법적조치 및 행위 △본인의 법적 권리와 지위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일체의 법적조치 및 행위 △위임사무 수행을 위한 변호사 선임 등 복대리인의 선임행위 등 4항이다.
그 아래에는 ‘2015년 9월24일’이라는 날짜가 있고, 위임인인 신 총괄회장이 직접 서명한 것으로 보이는 한자 이름에 지장이 찍혀있다. 또 신 총괄회장이 머물고 있는 롯데호텔 34층이 주소로 적혀있다.
위임장의 내용이 법률 용어로 이뤄져 있고, 상세한 항목까지 포함한 것으로 미루어 위임장을 작성하는데는 법률 전문가가 도움을 준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위임장에 도움을 준 법률 전문가로는 신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장에서 소송에 대해 설명한 김수창 변호사와 조문현 변호사일 것으로 주변에선 추측하고 있다.
◇ 위임장 실효성 있을까 = 신 전 부회장은 이 위임장을 이용해 일본에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 무효소송’, 한국에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등 2건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소송을 제기한 3건 중 나머지 하나인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한국 소송)’은 소송인이 신 전 부회장이어서 위임장이 필요없다.
위임장을 이용한 2건의 소송에서 위임장이 얼마나 효력이 있는 지는 법조계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위임장의 진위에 대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신 총괄회장이 직접 사인하는 동영상까지 공개했다는 점에서 일단 위임장은 진본(眞本)이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위임장의 효력 여부를 결정할 요인으로 신 총괄회장이 자의적으로 작성한 것인지, 건강한 상태에서 서명한 것인지에 대한 실체는 확인이 안되고 있어, 효력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돌고 있는 상황이어서 법원이 위임장을 얼마만큼 신뢰할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신 전 부회장도 이를 의식하고, 기자회견장에서 “아버지는 건강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법원이 위임장에 신 총괄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판단할 경우, 롯데 경영권 분쟁은 본격 법률 소송에 돌입하게 된다. 이 경우 법원이 위임장을 신뢰한 만큼 신 총괄회장의 의지를 높이 샀다는 점에서 소송은 신 전 부회장에게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위임장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다면 위임장의 실효성이 떨어져 소송이 기각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신 전 부회장은 소송도 제대로 벌이지 못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소송뿐 아니라, 일본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게 법조계 시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위임장의 실효성 여부를 가리는게 소송전 여부의 첫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