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컴퓨터 제조업체 델이 빅데이터업체 EMC와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은 “델이 EMC 전체와 합병할지, 아니면 일부만 인수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며 “딜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델이 EMC의 빅데이터 스토리지 사업부를 사들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해왔다. 델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다양하다. 이 사업부만을 별도로 인수할 수도 있고 EMC 자체를 통째로 사들인 다음에 필요없는 사업부를 분사시킬 수도 있다.
EMC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500억 달러(약 57조8500억원)이기 때문에 합병이 성사되면 IT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아바고테크놀로지가 브로드콤을 37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것이 업계 최대 M&A로 기록돼 있다.
다만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M&A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델과 EMC의 ‘빅딜’에 변수로 남아있다.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해 EMC 지분 2%를 사고 나서 회사에 부진한 주가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당시 엘리엇은 EMC가 지분을 80% 보유한 VM웨어의 분사를 주장했다. 이에 지난해 9월 EMC는 타사와의 합병이나 사업부문 매각 등 전략적 선택사항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전에 휴렛팩커드(HP)와의 합병도 논의했으나 무산되기도 했다.
EMC는 오는 21일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회사가 그때까지 인수나 타사와의 합병을 선언하지 않으면 주주들과의 마찰이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델과의 합병이 성사되면 조 투치 EMC 최고경영자(CEO)의 애매한 위치와 관련된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 투치는 연초 사임을 선언했으나 아직 후계자를 정하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델은 지난 2013년 마이클 델 설립자가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손잡고 250억 달러에 회사를 비상장화시키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후 델은 사업 초점을 쇠퇴하는 PC에서 스토리지나 보안 프로그램 등 좀 더 수익성이 높은 부문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