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정례화하기로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빈수레 정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유통구조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연말 쇼핑 축제를 벤치마킹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의류 중심의 세일 행사뿐이어서 품목이 다양하지 않고, 세일율 역시 백화점 정기 세일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한국 유통시장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직매입’을 통해 상품을 사들인다. 때문에 연말에 상품이 많이 남으면 대대적인 행사(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해 재고를 털어낸다. 직매입인 까닭에 가전제품, 핸드폰 등 품목이 다양하다. 반면 한국은 ‘특약매입’ 방식이다. 유통업체는 매장만 빌려주면서 수수료로 이득을 얻고, 재고 부담은 제조업체가 진다. 제조업체의 참여가 없다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품목이 다양해질 수 없는 구조다.
특히 국내 백화점의 특약매입 비중은 지난해 기준 72.7%로 세계 최고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유통업체 스스로 직매입 비중을 늘리려는 노력과 더불어 제조사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행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에 동참하긴 했지만, 효율적인 유통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광군제 같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초부터 제조사들이 상품을 기획할 수 있도록 충분한 협의가 이뤄져야 하고, 정부는 제조사들이 블랙프라이데 전용상품을 만들면 세제해택을 주는식의 구체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