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상황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성장동력이 없다면 중·장기적으로 경제 상황은 현상유지조차 힘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민의 높아진 복지 요구 수준에 비해 국가의 재정 상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정부 총수입·총지출 장기전망’에 따르면 의무지출 분야의 복지지출 비중은 2014년 42.2%에서 2060년 54.2%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국민연금(7.6%), 기초연금(7.9%)의 가파른 증가세가 복지 분야 지출을 주도할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정책처는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이대로 이어져 생산인구가 감소할 경우 2033년 국가 파산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증세 또는 복지 축소 등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정치권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되는 복지구조는 고부담-고복지, 중부담-중복지, 저부담-저복지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에 대한 개념은 여야는 물론 국민들조차 인식 차이가 있어 복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부담과 복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부담 부분은 국민총생산(GDP) 대비 조세부담률(국세와 지방세의 비율)과 사회보장부담률(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료 등 사회보장기여금의 비율)을 합한 ‘국민부담률’을, 복지 부문은 공공사회복지 지출을 지표로 만들어 경제협력기구(OECD) 평균과 비교해 사용하고 있다.
이 기준대로 라면 우리나라 국민부담률과 공공사회복지지출은 OECD 평균보다 낮기 때문에 ‘저부담-저복지’ 국가로 분류된다. OECD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25.9%로 OECD 평균(34.1%)의 80% 수준이고 공공사회 복지 지출은 9.1%로 평균(21.7%)의 42% 정도다.
복지구조 개선 논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으나 아직 국민의 의식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미래 보건복지 방향 설정과 정책 개발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0%는 증세 없는 현재 상태의 복지수준 유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지만 증세를 통한 고부담-고복지라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중부담-중복지’가 이상적인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국민의 복지 욕구를 고려하면 저복지로 계속 가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당장 복지 혜택을 대폭 늘리기엔 조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정이 한정된 상황에서 선택적 복지로 취약한 계층을 먼저 지원하고 보편적 복지를 늘려 중부담·중복지로 가는 게 옳다”고 밝혔다.
유근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각 나라는 고부담·고복지와 저부담·저복지에 각각 상응하는 재원조달 체계를 갖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증가하는 복지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조달 체계를 고려할 때 소비세와 개인소득세를 현재보다는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역시 “우리나라의 낮은 조세부담률(20%)을 감안할 때 고복지까지 끌어올리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며 “조세부담률을 미국 수준(22%)으로 올린다는 전제 하에 중복지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저부담·저복지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계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고부담·고복지로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증세할 경우 어느 세목을 인상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나뉘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소득세 부분에서 전문직이나 자영업자의 세수 발굴이 안 되고 있다”며 “이 부분을 발굴해 세금을 매기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황상현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부가세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