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회장은 임 위원장에게 대우증권을 “꼭 사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립적인 위치에 있어야 할 임종룡 위원장이 인수 후보자인 KB지주 측에 공식 입찰 전에 개인적으로 인수 의지를 확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5일 금융업계 및 인수합병(M&A) 관계자에 따르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후반 한 포럼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만났다. 여러 관계자들이 같이 모인 자리였지만, 임 위원장은 따로 윤 회장에게 다가가 대우증권 매각 의지를 타진했다. 이에 윤 회장은 “반드시 사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공고가 나기 전의 일이다. 대우증권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오는 8일 매각 일정을 발표한다.
그동안 KB지주는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등과 함께 대우증권의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혀 왔다. 매각 공고에 앞서 인수자문단 선정 작업에 들어갈 만큼 잠재 인수 후보자 중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은행을 모회사로 하는 안정적 자본력과 영업망을 갖춘 점이 최대 강점으로 거론된다. 자본 총계가 4조원을 넘는 대우증권을 인수해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인수 주체의 자본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과 안정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이다.
M&A 관계자는 “KB지주가 다른 경쟁사와 달리 정치색이 거의 없다는 점도 청문회 등의 부담이 있는 금융당국에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위원장은 윤종규 회장과 두터운 친분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9년 임 위원장이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윤 회장은 삼일회계법인의 부대표였고, 당국자와 피감기관 임원 관계로 자주 만났다. 재경부 증권제도과는 회계법인을 감독하는 주무부서였다.
당시 임 위원장은 윤 회장에게 자주 조언을 구했으며, 업무 해석 능력 등을 높이 평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M&A 관계자는 그러나 “꼼꼼하고 수리에 밝은 윤 회장의 업무 스타일상 금융당국에 말한 것과는 달리 가격이 너무 높으면 막판에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며 “금융당국과 인수 후보 간 수싸움이 벌써 시작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금융당국이 특정 인수 후보와 사적으로 접촉하는 것은 공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우증권 인수에 관심 있는 외국 자본들도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