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9개월째 뒷걸음질 치고 있는 수출을 품목별, 지역별로 보면 부진의 심각성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세계교역 감소, 중국경제성장 둔화, 저유가, 공급과잉 등 구조적인 요인과 맞물려 선박, 철강, 컴퓨터, 자동차, 석유제품, 일반기계 등 13대 주력품목의 수출 성장판은 닫혀 있는 상태다. 가장 큰 수출국인 중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아세안, 중남미 등 주요 수출국에 대한 수출도 신통치 않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13대 주요 수출품목의 수출액은 3153억5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1% 감소했다. 13대 수출품목은 선박류, 무선통신기기(휴대폰, 휴대폰부품 포함), 일반기계, 석유화학, 석유제품, 철강제품, 반도체, 자동차, 자동차부품, 평판디스플레이(LCD 포함), 섬유류, 가전, 컴퓨터 등으로 전체 수출액의 79.4%를 차지한다.
작년 한해 동안 13대 수출액은 2.3%의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올해 들어 1월 -2.0%, 2월 -3.7%, 3월 -7.1%, 4월 -9.6%, 5월 -12.9%, 6월 -4.0%, 7월 -6.8%, 8월 -17.1%, 9월 -9.7%로 9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저유가 영향으로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은 올해 3분기까지 각각 -36.3%, -20.5%로 크게 하락했다. 휴대폰(-20.2%), 가전(-14.4%), 철강제품(-11.1%), 섬유류(-10.3%), LCD(-9.8%), 자동차(-6.2%), 평판디스플레이(-4.8%), 자동차부품(-4.2%), 일반기계(-1.8%) 등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품목은 휴대폰부품(30.0%), 반도체(5.2%), 무선통신기기(4.2%), 선박류 (3.9%), 컴퓨터(2.4%) 등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화장품(63.5%), SSD(33.8%), OLED(26.5%) 등 신규 유망 품목의 수출이 크게 늘기는 했지만 수출 물량으로 보면 83억1400만달러로 아직 그 규모가 크게 작아 전체 수출액 증가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한국 수출은 주력 수출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우리나라의 제1 교역상대국인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3.8%나 감소했다. 일본으로 수출 역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5%나 줄었고 아세안, 유럽연합(EU) 미국으로의 경우도 11%대의 감소세를 보였다.
구(舊) 소련 국가들인 독립국가연합(CIS)과 중동 지역으로의 수출도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각각 52.7%, 9.0% 나 급감했다. 신흥 시장인 베트남(29.8%) 수출의 약진과 미국(2.9%) 시장으로의 수출 호조만이 눈에 띄는 성과였다.
다만 9월 대 EU 수출이 지난달 -20.8%에서 19.7%로 크게 늘어난 점은 희망적인 요소다. 중국 제조업 경기지표인 9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다소 개선된 점도 수출 회복세에 기대를 걸게 하는 요인이다.
이인호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EU의 경우 완만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추세”라며 “자동차의 경우 현지 가동률이 최근 90% 선까지 오르고 있어 PMI 호전 역시 기대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