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이 항소를 취하했더라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항소 취하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면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2심 재판부가 '항소를 취하하겠다'는 변호인의 말만 듣고 제대로 심리를 하지 않았으니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변호인의 상소취하에 대한 동의를 공판정에서 구술로 할 수 있다"며 "다만 상소취하에 대한 피고인의 구술 동의는 명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변호인이 공판기일에 항소를 취하한다고 했지만, 김씨는 이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진술하지 않았다"며 "원심 법정에서 변호인의 항소취하에 김씨가 동의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변호인의 항소취하는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김씨의 항소가 변호인에 의해 적법하게 취하된 것으로 보고 김씨의 항소이유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원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2011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일하며 공사발주와 계약체결, 물품구매 등 제반업무를 총괄했다. 김씨는 함께 일하던 동료가 수의계약 발주업체로부터 받은 뇌물 중 3000만원을 부정한 돈인 줄 알면서도 건네받고 딸의 결혼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은 김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변호인이 항소취하 의사를 밝히면서 재판부는 김씨의 항소사유에 대해 전혀 판단하지 않고 같은 형을 선고했다.
김씨는 "변호인이 동의를 받지 않고 항소취하를 하는 바람에 제대로 재판을 받지 못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