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태와 관련해 여론을 살펴 말 바꾸기를 하는 등 부실한 대처로 비난을 받고 있다.
1일 환경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일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실이 드러나 국내에서도 논란이 일자 환경부는 지난달 22일 한ㆍEU 자유무역협정 조항 때문에 미국처럼 리콜 등 조치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럽연합(EU)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에는 ‘디젤차량의 배기가스 관련 기준은 EU 기준을 따른다’고 규정돼 있는데, EU는 주행 중인 디젤차의 배기가스 규제를 2017년 9월 이후 판매되는 신차부터 적용할 계획이므로 현행법령 위반은 아니어서 리콜은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커지자 하루도 안 돼 환경부는 국내법으로도 리콜이 가능하다고 입장을 뒤집었다. 환경부가 폭스바겐의 눈치를 보며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니면 국내법의 적용 여부를 몰랐던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해외에서는 적극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환경부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
1일부터 시작되는 환경부의 자체 조사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차들이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서 팔린 유로5 기준 차량이 아니라, 유로6 기준에 맞춘 차량이기 때문이다. 유로6는 기존 유로5보다 미세먼지 50%, 질소산화물(NOx) 80%가량을 더 줄인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다. 9월부터 수입된 차는 유로6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환경부는 미국에서 적발된 차량이 질소산화물 제거장치(LNT)를 장착한 차로, 이는 유럽이나 국내에서 유로6 기준에 맞춘 차량이기 때문에 조사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배기가스 조사 대상은 엔진의 종류가 아니고, 질소산화물 저감장치 구조의 동일성 여부에 따라 선정하는 것으로 미국에서 적발된 차종과 환경부가 조사하려는 차종은 동일한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장착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렇다고 해도 문제가 된 차량과 동일한 엔진을 탑재한 차량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고 배기가스 저감장치 구조가 같은 차로만 한정해 조사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국내에서도 파문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폭스바겐뿐 아니라 다른 디젤차량도 모두 조사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시중에 팔린 차에 대해서는 조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박지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간사는 “(환경부는) 국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며 “폭스바겐은 정부의 조사나 제재와 상관없이 자체적 리콜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