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났던 사람들은 예상과 달리 중화권 자본이 국내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온 기사들이 금융 주권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과 사뭇 달랐다.
특히 금융당국 내에서도 보수적인 인사로 알려진 A씨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더 많은 외국계 자본이 국내에 진출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가 외국계 자본의 진출을 반기는 이유는 ‘경쟁’ 때문 이었다. ‘연봉 경쟁’.
그는 기자에게 “만약 유안타증권이나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연봉을 올리면 사람들이 모두 그곳으로 갈 거예요. 은행·보험사가 자산 싸움이라면 증권사는 ‘맨파워’, 사람 장사거든요”라고 지적했다.
즉, 외국계 자본이 들어오면 사람 투자(연봉)에 인색한 국내 증권사의 분위기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 것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증권사의 직원 평균 연봉은 메리츠종금증권이 7216만원으로 가장 높고 키움증권이 2687만원으로 가장 낮다. 현대증권(4500만원)의 경우 현대차 신입사원 연봉보다 낮다.
이처럼 우리나라 증권사는 연봉이 낮고 노동 강도는 높으며 직업 안정성은 떨어진다.
증권사의 노동 안정성이 낮은 것은 흠이 아니다. 계약직으로 들어가는 대신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관행이다. 계약기간 동안 성과를 보이라는 의미다. 리스크를 감수하며 돈을 버는 자본시장의 속성과 (높은 연봉을 전제로 하는) 계약직은 자연스러운 궁합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낮은 연봉을 받으며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환경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수백억원에서 조 단위의 돈을 벌기 위해 금융구조를 만들고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A씨의 기대와 달리 앞으로 우리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연봉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일반해고제가 도입될 경우 외국계 자본이 사람에게 투자할 확률보다 직원을 더 쉽게 자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전문성이 높고 업무 강도가 강하지만 해고되기 쉬운 직장에서 직원들을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방법은 하나다.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것. 증권사들은 ‘사람 장사’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