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과정에서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택(58)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재판부가 박 회장의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박 회장은 남은 임기 상당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김춘호 판사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 측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15일 인용했다.
문제가 된 규정은 선거운동의 제한에 대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53조와 제125조, 137조다. 임원이 되려는 사람은 '정관으로 정하는 기간'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박 회장 측은 "범죄 형을 법률이 아닌 정관으로 정하는 게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판사는 박 회장 측 신청을 인용하면서 "범죄와 형벌이 어떤 것인지는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게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죄형법정주의에서 말하는 예측가능성은 법률 규정만 보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관까지 봐야 비로소 예측할 수 있다면 이는 법률조항 자체의 예측가능성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기회장 임기는 4년으로, 올해 2월 취임한 박 회장은 2019년 2월까지 예정된 임기 중 상당 부분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같은 법원 다른 재판부에서 별도로 심리하는 박 회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관한 사건은 상관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남부지법 관계자는 "위헌법률심판 신청이 인용됐기 때문에 기일속행(추후지정) 상태로 심리 자체가 중단된다"며 "임기 상당부분을 채우는 것은 부수적 효과로 그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25대 중기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자신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면서 투표권자들에게 수백만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자신이 회장으로 있었던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전무 이모(60)씨와 공모해 다른 조합 임원들에게 1800만원 상당의 식사와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