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간 수명 100세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이제는 얼마나 오래 사는지가 아닌 얼마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지가 관건이 됐다. 즉 안정적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진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선 노후를 대비한 탄탄한 재테크 및 평생 현역을 위한 경력개발, 인생2막의 시작인 창업, 고질적 질병 없는 건강관리까지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주된 일자리에서 일찍 퇴직하고 재취업 과정을 거치며 고용의 질은 낮아지고 노후소득 보장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의료·복지·연금 등 고령층 부양을 둘러싼 재정부담 및 세대간 갈등 증가의 우려를 낳고 있다. 결국 경제생활을 끝맺는 시점인 퇴직에 맞춰 은퇴설계를 어떻게 세우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인생 2막’이 달라질 수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50대와 60대 부부에게 필요한 적정 은퇴생활비는 현재 기준으로 대략 300만원과 26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 은퇴생활비는 ‘은퇴 초기 건강한 은퇴자 부부가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비용’을 의미한다.
현재 60세 이상 가구의 은퇴생활비는 164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60대 부부의 적정 은퇴생활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중산층 평균 지출액인 206만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는 60대 2인 이상 가구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분석한 60대 적정 은퇴생활비는 258만원이었다.
그렇다면 50대 이후부터 은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자산을 점검하고 기존 자산을 잘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가진 자산을 잃지 않으면서 은퇴 후 준비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현재 가진 자산을 잃지 않으면서 노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은퇴 후 다급한 마음에 가진 돈 대부분을 투자하거나 빚까지 내면서 창업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50대 자영업자 수는 175만명으로 최근 2년 새 15만명이 늘어 전체 자영업자의 30%를 넘어섰다. 자영업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3년 남짓이다. 창업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잃을 확률이 더 많은 셈이다.
주식 등에 투자해 돈을 불리겠다는 생각도 신중해야 한다. 자산을 점검하고 앞으로 지출해야 할 목돈의 계획을 상세히 세우는 게 먼저다. 안정적인 금융자산의 비중을 높이면서 현금흐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체면을 위한 지출은 줄이고 은퇴 후 생활비를 미리 정해 그 한도 내에서 써야 한다.
은퇴 이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각종 대출과 부채를 갚는 것이다. 소득은 주는데 대출 상환이 남아있다면 자칫 상환을 위해 성급한 투자에 손을 댈 수 있다. 기존 부채를 갚기 위해서는 은퇴 후 주택 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이 필요하다. 통계청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 가구의 부동산 보유 비중은 80%를 넘는다.
다음으로는 연금자산을 점검해야 한다. 은퇴 후 소득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주택연금을 추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 노년층이 받는 국민연금은 은퇴 전 소득의 50%에도 못 미친다. 국민연금을 언제부터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는 개인마다 다르다. 조기노령연금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 고령자가 개인 소유의 주택을 담보로 매월 평생 노후생활자금을 받는다.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은퇴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상품으로 리스크가 있는 금융상품은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낫다. 유동성이 좋지 못한 부동산 투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00세 시대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손보험 가입은 필수다. 생각지도 못한 병원비로 은퇴자금이 새지 않도록 방비를 해야 한다.
은퇴 후 현금흐름의 핵심은 매월 안정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지와 원하는 금액을 찾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은퇴설계 기준을 여기 맞추면서 안정성에 비중을 둬야 한다.
이에 맞는 대표적인 상품이 연금저축과 월 지급식 상품, 수익형 부동산이다. 수익형 부동산은 처분에 따른 수익보다는 월세 수입에 따른 현금흐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월 지급식 상품인 ELS와 펀드는 투자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