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의 말 한마디에 일본 3대 이동통신업체의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일본 도쿄증시에서는 14일(현지시간) NTT도코모가 9.8%, KDDI가 8.6%, 소프트뱅크가 5.5% 각각 빠지는 등 이통업계 빅3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 11일 열렸던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총무성에 “휴대폰 요금 등 가계 부담을 덜어야 한다”며 통신료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 이통사 주가 폭락의 결정적 이유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통신비가 가장 비싼 것으로 악명이 높다. 2명 이상 가계의 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 지난 주 연임이 확정된 아베 총리는 이런 통신요금을 떨어뜨려 소비를 확대하고자 한 것이다.
당초 아베 총리는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상을 용인해왔다. 그러나 지나친 휴대폰 요금이 다른 부문의 소비를 저해해 경기회복을 방해한다는 인식에 따라 이런 지시를 내린 것 같다고 WSJ는 설명했다.
또한 그동안 일본 이통 3사가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사실상 서비스의 차별화도 없고 다른 경쟁사의 진입도 막아왔다는 비판도 아베 총리의 인식 전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일본 정부가 전 세계 7개 도시의 휴대폰 대용량 데이터 요금제를 비교한 결과, 도쿄는 월 87달러(약 10만2900원)로, 미국 뉴욕보다는 조금 낮았지만 영국 런던이나 한국 서울보다는 비쌌다.
아베 총리의 발언에 전문가들은 이통사 경쟁의 초점이 ‘사용자 유지’에서 제로섬 게임으로 회귀해 통신료 인하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는 수익성 악화 우려로 이어져 주가 폭락을 유발했다고 WSJ는 전했다. 마쓰이증권의 구보타 도모이치로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소프트뱅크 등 통신 관련주는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며 “아베 총리 발언을 계기로 이들 투자자가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날 애플 아이폰6S 출시에 발맞춰 5분 이내 국내 통화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새 요금제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