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보일러업체 바일란트가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인 영업 공세에 나선다.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대규모 쇼룸을 꾸리는 등 올해부터 영업ㆍ마케팅 수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등이 이끄는 국내 보일러업계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바일런트와 정면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독일 보일러업체 바일란트는 오는 10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인근에 꾸려진 한국법인 건물에 대규모 쇼룸을 오픈하고, 신제품 ‘에코텍플러스(ecoTEC plus)’를 선보인다. 독일 바일란트그룹 회장과 해외총괄사장도 이날 한국을 방문해 향후 바일란트의 경영 방향을 공개한다. 지난해 8월 한국법인 구축을 마무리한데 이어,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한국시장 영업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바일란트는 1874년 설립돼 가스보일러, 냉ㆍ난방ㆍ공조 시스템 솔루션을 제공하는 독일의 '히든챔피언'이다. 연간 160만대를 생산하고, 연평균 3000만 이상의 가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가스보일러 시장 1~2위를 다투는 선도업체로 알려져 있다.
바일란트의 국내 시장 진출은 2009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엔 단순 유통 측면에서 진출을 시도했지만 다양한 변수로 인해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했다. 이에 바일런트는 이번에 법인과 쇼룸 구축은 물론, 주로 외주를 줬던 사후서비스(A/S)도 직접 투자를 결정하며 한국시장 공략에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법인을 설립하며 예열을 했다면, 올 하반기부터는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바일란트가 한국에서 노리는 주요 시장은 상위 약 1%에 해당하는 '프리미엄 보일러' 시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120만대 규모의 국내 가정용 보일러 시장에서 1%면 약 1만2000대 수준이다. 프리미엄 보일러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게 정립된 것은 없지만, 업계에선 대략 50~60평형대를 아우를 수 있는 큰 용량의 제품을 지칭하고 있다.
이 같은 바일란트의 공세에 국내 보일러업계는 긴장을 하면서도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특히 선두업체인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는 바일란트에 맞서 프리미엄 보일러 제품으로 정면승부를 펼치겠다는 각오다. 국산 보일러도 기술력이 높아졌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제품인 만큼, 바일란트에 뒤질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동나비엔은 연내 미국에서 1위를 차지했던 프리미엄 보일러를 들여와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그동안 수출에 매진했던 경동나비엔은 적어도 최근 북미지역에선 바일란트에 우위를 점한 바 있다. 기술력에서 뒤질 것이 없는데다, 보일러는 자국업체에 유리한 시장이어서 바일란트보다 한 발짝 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올 가을 성수기 시장에 프리미엄 신제품 출시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우리 식대로 맞부딪혀 보겠다"며 "최근 1위를 했던 북미, 러시아 지역 등에서 바일런트와 맞부딪힌 경험들이 있고, 기술에 대한 확신도 있는 만큼 밀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귀뚜라미도 대형 평수 아파트와 고급 빌라에 최적화된 가스보일러를 2000년대 초부터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놓지 않고 있다. 귀뚜라미 역시 효율을 높이고 친환경 기술을 향상시킨 고급 빌라형 프리미엄 신제품을 올 겨울께 출시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보일러 시장의 터줏대감이었던 만큼, 바일란트의 공세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비중이 작은 프리미엄 시장에 대한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어, 향후 지속적으로 라인업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보일러시장은 가스압, 물의 질, 전압 등의 국가별 편차가 커 해외기업이 들어오기 쉽지 않은 시장이어서 자국에 최적화된 국내 기업들이 유리하다"면서 "바일란트의 진출로 향후 한국 보일러 시장이 폐쇄적인 상호비방전이 아닌, 긍정적인 기술 경쟁으로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