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분위기 파악 못하는 지자체

입력 2015-08-25 10:33 수정 2015-08-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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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면수 사회팀장

최근 북한의 포격 도발로 촉발된 남북 대치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고위급 접촉이 '무박 4일' 마라톤 협상 끝에 25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번 타결로 남한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도 내심 안도하면서 향후 남북관계에 적잖은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남과 북이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적대국의 시선이 아닌 평화의 길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모두가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타결에 앞서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을 무렵, 도무지 상식적으로는 납득할 수 있는 일부 자치단체 행동이 온·오프라인을 중심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20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긴급 소집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통해 북한은 준전시 상태에 돌입했다.

반면 대한민국은 북한이 대북 확성기 철거를 요구한 시한인 지난 22일 한미 공군 전투기 8대가 한반도 남측 상공을 비행하는, 대북 무력시위를 벌였다.

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시점 등을 협의, 북한의 도발 의지를 억제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최악의 상황(전면전)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북한 국경과 인접한 파주와 연천, 강원도 화천 주민들은 상황이 다르다.

무엇보다 북한이 언제, 어디서 또다시 무력 도발을 감행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현 상태를 지켜보고 있는 파주와 강원도 접경지역 주민들은 좌불안석(坐不安席),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포시와 시흥시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남과 북의 팽팽한 군사적 긴장감과는 거리가 먼 행사를 주최한 것이다.

자치단체에 따르면 김포시는 지난 22일 오후 10시께 구래동 호수공원에서 동 주민자치위원회 주관으로 호수공원 개장을 축하하는 ‘호수 앤 락’ 축제와 함께 마지막 순서로 화려한 불꽃놀이를 마련했다.

당시 5분간 불꽃놀이가 진행되면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김포시 지역을 뒤덮자 시청과 김포경찰서에는 북한의 포격이 감행된 것인지를 묻는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시흥시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시흥시는 배곶 신도시에서 음악회를 끝낸 후 약 15분간 불꽃 축제를 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일 열린 불꽃축제로 인해 시흥시와 안산시 주민들은 북한이 또다시 무력 도발을 한 건 아닌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한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행사를 후원한 시흥시 측은 “남북 간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는 등 민감한 시기이지만,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행사라 취소하기 어려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시흥 시청 페이스북에 올렸다.

고사에 보면 상궁지조(傷弓之鳥)라는 말이 있다. 활에 상처를 입은 새는 굽은 나무만 보아도 놀란다는 뜻이다.

김포시와 시흥시가 시민들을 위해 벌인 행사가 나름 보기 좋았을지는 몰라도 현 남북 긴장 상태와 과거 북한의 무력 도발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번 불꽃축제는 충분히 놀라고도 남을 일이라 할 수 있다. 다시는 국내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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