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반년여 만에 다시 40달러대로 폭락하면서 주유소 기름값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올해 초 리터(ℓ)당 14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최근에는 여전히 1500원대에 머물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오피넷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7일 배럴당 65.06달러로 올해 들어 정점을 찍었던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지난 21일에는 46.23달러까지 떨어졌다.
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그러나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 평균값은 8월 셋째주 기준 리터(ℓ)당 1543.76원으로 두바이유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5월 첫째주(1516.28원) 대비 오히려 20원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 기름값은 두바이유가 올해 들어 가장 낮았던 1월 둘째주(43.98달러)의 1531.05원에 비해서도 높다.
이처럼 국제유가에 비해 주유소 기름값의 하락폭이 작은 것은 국내 석유류 제품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제유가 하락분만큼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점을 꼽을 수 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국제 석유제품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 환율과 관세, 수입부과금, 국내 유통비용 등이 더해져 최종 판매 가격이 결정된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휘발유 제품 가격은 8월 셋째주 기준 ℓ당 461.83원으로 5월 첫째주(549.53원)에 비해 16% 가량 떨어졌다.
원유 가격은 30%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국제 석유제품 가격의 하락폭은 절반에 그친 셈이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 역시 유가 하락분을 상쇄하는 요소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일정기간 변동이 없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20% 상승하면 정유사 공급가격에는 20% 만큼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4일 기준 1199.30원으로 올해 들어 저점이었던 4월 29일의 1068.10원과 비교하면 12% 이상 상승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두바이유를 대거 수입하면서 유가 하락분만큼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데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휘발유 제품가격이 유가 하락분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기름값 대세 하락이라는 '방향'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유가 변동분은 통상 2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제품가에 반영되는데 국제유가가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피넷 집계에 따르면 8월 셋째주 현재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 평균은 전주 대비 8.7원 하락한 ℓ당 1543.8원으로 7주 연속 하락했다.
ℓ당 1500원 미만인 주유소 역시 모두 3천305개로 전주 대비 1002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충남 공주의 한 주유소는 ℓ당 1419원에 휘발유를 팔아 조만간 1300원대 주유소가 다시 등장할 것으로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