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에 빠졌던 금호산업 매각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 채권단이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이 제시한 1조213억원의 매각가격을 놓고 적정성 평가에 들어간다. 앞서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제시한 약 9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1조218억원은 미래에셋만이 주장한 매각 가격이다. 이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각 채권기관 실무자들에게 희망 매각 가격을 접수받아 적절한 수준의 매각 가격을 산출한다는 방침이다.
21일 금융권과 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금호산업 전체 채권단 회의를 열어 매각 가격 조정 여부에 대해 논의한다. 지난 12일 가격협상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전체회의는 그동안 박 회장과의 협상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등 협상실무를 맡은 산업은행이 채권단에 중간보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예정된 회의에서는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이 주장한 매각 가격을 놓고 채권기관들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여 협상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채권단 내부에서는 각 채권단이 제시한 가격의 평균가를 내거나 가격을 취합해 가격 밴드를 구성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금호산업 매각 이슈에 휘말린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협상 주도권을 산업은행에 넘기면서 가격 조정의 여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금호산업 매각 협상이 ‘박삼구 대 박현주’ 대결 구도로 비쳐지자 미래에셋에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투자원금 회수에 집중한 나머지 매각이 실패로 돌아설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는 비난의 여지가 다분하다는 관측이다.
이에 미래에셋을 제외한 채권자를 대표해 운영위원회에 참석하는 채권기관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거해 운영위에서 매각가를 협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55개 금호산업 채권기관을 대표한 운영위에는 산업은행과 미래에셋을 비롯해 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KDB대우증권 등이 포함된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이 제시한 가격과 박 회장이 제안한 가격 차이가 워낙 커서 채권단이 가격을 조정한다고 해도 그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매각 가격을 놓고 박삼구 회장과 박현주 회장 편으로 양분되고 있다. 박 회장이 무리한 차입 인수로 금호산업이 또다시 부실화할 것을 우려해 적정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과거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박삼구 회장이 경영권을 되찾는 거래로 통상적 인수합병(M&A) 거래의 경영권 프리미엄 수준으로 협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