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정보통신기술)업계 최대의 라이벌인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사진 왼쪽>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같은 듯 다른 경영행보을 보이고 있다. 다음카카오와 네이버의 초기 성장전략은 비슷하지만 이후 진행되는 그림은 다른 색깔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다음카카오와 네이버의 수장을 맡은 CEO(대표이사) 카드에서도 김 의장과 이 의장의 의중이 묻어나고 있다.
16일 ICT업계에 따르면 서울대 공대 입학 동기(86학번)이자 삼성SDS 입사 동기로 친구 사이인 김 의장과 이 의장의 경영스타일이 업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다음카카오와 네이버가 비슷한 성장전략을 구사하는 것 같으면서 다른 느낌이 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0년 김 의장이 이끌던 한게임은 웹보드게임을 기반으로 수익창출에 성공했으나 이로 인한 수익을 극대화할 트래픽이 절실했다. 이 의장의 네이버컴은 트래픽을 확보했으나 수익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두 사람은 합병작업에 속도를 내 NHN(현 네이버ㆍNHN엔터테인먼트 분리)을 국내 최고의 ICT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유사한 절차를 밟았다. 김 의장은 2014년 10월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합병법인인 다음카카오를 출범시켰다. 절대적인 트래픽 능력을 보유한 카카오는 모바일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다음과 전격적으로 합병을 결정했다.
여기까지는 두 기업의 성장기반 구축은 닮은 구석이 많다. 하지만 김 의장이 파격적인 카드를 던지면서 이 의장과 다른 경영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김 의장은 30대 젊은 벤처투자가 출신의 임지훈 대표이사를 발탁한 반면, 이 의장은 판사출신에 대기업 경험을 갖춘 김상헌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1980년생인 임 대표와 1963년생인 김 대표의 나이 차이는 17살이다. 업계에서는 두 CEO 모두 김 의장과 이 의장의 경영이념과 경영철학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다음카카오가 M&A(인수합병)를 통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선 반면 네이버는 사내벤처 등을 도입해 안정적인 성장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전략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ICT업계 관계자는 "다음카카오와 네이버의 초기 성장전략은 같은 형태로 흐르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음카카오가 M&A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네이버는 CIC등 사내벤처를 육성하는 그림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에만 다음카카오와 투자전문 자회사인 케이벤처그룹이 인수한 벤처기업은 8곳에 이른다. 김 의장이 벤처투자가 출신의 임 대표를 내세운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반면 네이버는 M&A보다는 사내벤처나 분사 등을 통해 성장엔진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2월 CIC(Company-In-Company) 제도를 도입한 것도 같은 이유다. CIC제도란 네이버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들을 발굴하고 가능성 있는 서비스가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입한 사내 독립 기업이다. CIC가 시장에서 충분히 독립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별도 법인으로 분사도 가능하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CIC 제도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와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가능성 있는 서비스에는 더 큰 가능성을 열어주려 한다"며 CIC제도의 적극적인 지원의지를 내비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