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지주사인 호텔롯데가 한·일 연결고리의 완벽한 분리 없이 상장이 이뤄질 경우 반쪽짜리 지배구조 개선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현지 임직원들의 지분을 등에 업고 있는 현재의 역외 지배구조가 고스란히 유지되기 때문에 한국 롯데의 지배력을 놓고 양국 주주들의 갈등까지 일어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12일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주주의 다양성을 높이고 연말까지 계열사 간 순환출자 구조의 80%가량을 해소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밝혔으나, 일본과의 연결고리가 유지되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신 회장은 또 호텔롯데 상장으로 현재 논란이 되는 L투자회사 등 일본에서 국내 계열사로 이어지는 역외 지분을 축소하겠다고 강조했으나 얼마만큼 축소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재계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 과정에서 구주 매출 등을 통해 현재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들이 보유한 72.65%의 지분 중 일부를 국내 투자자들에게 이동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더불어 상장 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신 회장이 호텔롯데의 보유 주식과 우호 지분율을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본 계열사들이 보유한 호텔롯데의 지분이 워낙 높아 상장 과정에서 구주 매출과 신주 발행 등으로 지배력이 희석되더라도 일본 측의 영향력은 여전히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L투자회사가 롯데홀딩스의 지배를 받는 만큼 투명경영을 위해서는 한·일 기업 간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의 고리 해소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신 회장이 밝힌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를 보면 광윤사와 직원회, 자회사가 각각 3분의 1씩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신 회장의 한국 롯데 경영권 행사에 한계가 드러날 소지가 크다. 호텔롯데가 국내 계열사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어 상장 전 구주 매출과 상장 후 배당 압박이 커지면서 막대한 국내 자금이 L투자회사 등 일본 계열사로 급격하게 흘러 들어갈 수 있다. 이는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을 더욱더 키울 수 있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상장 계획으로 신 회장의 국내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 의지를 확인한 부분은 있다. 하지만 형제간 일본 내 계열 분리나 갈등 봉합 등을 통해 역외 지배구조를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효과는 기대 이하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