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새 지주회사 ‘알파벳’ 롤모델은 ‘버크셔해서웨이’...무인차 등 사업 다각화 박차

입력 2015-08-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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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공식 블로그와 모회사 '알파벳' 사이트에 게재된 래리 페이지 CEO의 메시지.

구글이 10일(현지시간) 알파벳을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내세운 조직 개편은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와 제너럴일렉트릭(GE) 같은 복합기업을 롤모델로 삼은 것이다. 핵심 부서가 그룹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한편 사업 부문은 상대적으로 독립적으로 특정 분야에 주력하는 식이다. 이는 인터넷 검색과 광고 사업을 핵심으로 하면서 자동차와 주택, 의료 등 본업과 관련성이 적은 신규 사업에도 집중하려는 구글의 취지와 들어맞는다.

데스티네이션 웰스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요시카미 대표는 구글의 이번 조직 개편에 대해 “구글이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와 같은 실험적인 시도를 천천히 진행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드포인트 테크놀로지 어소시에이츠의 로저 카이 애널리스트는 “사업을 분류해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과 과학 프로젝트 및 장기적인 도박과의 구별을 명확하게 짓는 것이 구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글은 이날 모든 사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 격인 ‘알파벳’을 설립하기로 했다. 기존 구글은 알파벳 산하에서 인터넷 검색과 광고 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자회사가 된다. 자동차와 주택, 의료 등 본업과 연관성이 적은 분야의 신규 사업은 별개의 회사로서 알파벳 산하가 된다. 예를들어 구글은 검색, 광고, 지도, 구글 플레이 스토어, 유튜브, 안드로이드 등 기존 주력 사업에 집중하고, 생명과학 사업이나 구글X의 자동운전자동차와 구글글래스 등은 별도의 사업 회사가 된다.  

구글의 이처럼 갑작스러운 구조개혁은 각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사업의 다각화에 속도를 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무질서하게 확대해온 사업이 문제를 낳고 있다는 현실을 구글이 이제서야 인식했음을 엿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구글에 대한 외부의 시각이 변하기 시작한 건 4년 전이다. 당시 구글은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 달러에 인수하고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사업을 확대했다. 구글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였던 모토로라 인수 건은 시장 지배력을 높인 회사가 취득한 다수의 특허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고민한 반독점 당국의 관심을 모았다. 애널리스트들도 사업 다각화의 폐해를 지적했다.

구글은 이후 휴대전화 제조 부문을 중국의 레노보에 매각, 그 후에도 수많은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였다. 최근 몇 년간 자동운전차량과 생체 정보를 읽는 스마트 콘택트 렌즈 등 본업의 테두리를 넘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결국 비용 증가를 우려하는 투자자들로부터 정보 공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페이스북이 온라인 광고의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엄청난 비용을 발생시킬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는 내년 이익 전망치의 34배이지만, 구글은 19배에 그치고 있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에서 지주회사제로 이행하는 목적에 대해 “우리(페이지와 브린)는 지금까지 착수 단계에서 ‘미쳤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실현시켜 왔다. 그런 사업 중 구글맵, 유튜브, 크롬, 안드로이드 등은 현재 10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잘 나가는 기업은 그대로 노선을 유지만 하면 된다고 생각되기 십상이지만, 기술 업계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미쳤다고 생각되는 프로젝트(자동운전차량과 프로젝트 룬)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지주회사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르게이(브린)와 나는 새로 시작하는 사업에 열심히 임할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페이지 CEO는 또한 구글 공식 블로그와 새로운 회사 알파벳의 사이트에서 “(구글의 본업과) 관련성이 적은 사업을 강한 리더십과 높은 독립성 하에 운영해서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알파벳은 기업의 집합체로, 구글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파벳’이라는 새 회사명은 인류의 혁신에 중요한 도구인 언어를 나타내는 문자의 모음이라는 의미가 있다. 또한 구글 검색 인덱스의 요소이기도 한 금융 용어 ‘알파 값(벤치 마크 이상의 수익)’으로도 통한다는 의미에서 채용됐다. 알파벳 웹사이트에는 현재 “G는 Google의 G”라는 메시지가 게재돼 있다. 사이트의 URL은 ‘abc.xyz’다.

래리 페이지 CEO는 새로운 회사의 CEO에, 구글 자체 CEO는 회사 인터넷 사업의 제품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던 순다르 피차이 수석 부사장이 취임한다.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알파벳의 회장에, 에릭 슈미트는 이사회 의장에 각각 취임한다.

지주회사제로 전환하면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날 구글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이날 종가에 비해 6% 이상 상승했다.

구글은 지난 1998년 페이지와 브린이 창업했다. 직원 수는 전 세계적으로 4만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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