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유행했던 대중가요 가사가 최근 금융당국과 자본시장이 맞닿은 상황을 잘 묘사해준다.
그도 그럴 것이 연초만 해도 금융당국은 시장친화형 금융 규제개혁을 위해 업계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금융당국 현장점검반’을 출범했다. 지난 4월 첫 현장 방문 이후 현장점검반이 16주간 197개 금융기업을 돌며 업계 내 애로사항을 무려 2400건 이상 접수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7월부터 시행한 시장 교란 행위 규제로 금융투자업계에선 한숨 소리가 깊어가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시장 교란 행위 규제 실시 이후 IR 담당자들이 기본적인 정보 제공조차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이렇게 기업들이 몸을 사려서야 과연 IR 활동은 물론 리서치의 존재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며,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기업 분석 활동을 펼칠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 교란 행위 규제는 기존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의 규제 대상자인 내부자, 1차 정보 수령자를 다차 정보 수령자 등 2·3차 수령자까지 확대시켜 정보를 부정하게 취득한 자를 규제하는 게 목적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시장 질서 교란 행위를 금지하고 이에 대한 과징금을 강화하는 규제안을 마련해 지난 7월 1일부터 적용했다.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처음 시도하는 규제이다 보니 세부적 과징금 부과 기준과 교란 행위 적용 사례 등이 애매모호했다. 시장 참여자나 기업 재무, IR 관계자들이 난처한 상황에 처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실제 지난 6월 30일 금융당국이 제도 시행에 앞서 실시한 ‘시장질서 교란 행위 규제 신설과 관련한 2차 설명회’에서도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 섞인 질문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운용사 내 리서치 인력들은 대중을 대상으로 보고서를 배포하지 않는데, 이 같은 정보를 매니저와 공유한다면 시장 교란 행위에 걸릴 수 있느냐는 현실적 지적부터 정보 공개에 대한 시간 여부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금융당국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미숙함을 연출했다. 급기야 금융위는 업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금감원과 자본시장조사단, 금투협과 시장질서 교란 행위 규제와 관련한 TF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된 지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는데, 이제야 TF를 가동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한편에선 금융개혁 규제를 풀고 또 다른 한편에선 제대로 된 업계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공감대 없이 제도가 갑작스럽게 제정되다 보니 여러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고위 관계자 역시 “특히 투자자들을 위해 다양한 기업 정보를 취득해야 하는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입장에선 이번 규제로 몹시 애로가 크다”고 씁쓸해 했다.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금융당국의 도입 취지는 한편으로 이해가 가지만, 형평성 없는 규제 완화에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한숨 소리가 어느 때보다 깊어 간다.
업계 일각에선 시장친화형 규제 완화라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쓴소리도 쏟아진다. 자본시장과 금융당국이 서로의 맘을 숨긴 채 ‘밀당’을 하는 애매모호한 사이 대신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필요할 땐 의지가 되는 진정한 연인이 되는 날이 언제쯤 찾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