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들의 다툼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버지 신격호(94) 총괄회장이 수년전 알츠하이머병(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그룹 내부에서 나왔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치매설에 대해 단 한차례도 이를 직접 언급한 공식 발표가 없었던 까닭에 그 배경에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 총괄회장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신 총괄회장이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충분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0일 롯데그룹의 복수의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3~4년 전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이들은 "진단 직후부터 매일 알츠하이머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 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직계 비속들은 이 사실을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들은 "서울 도심에 있는 모 대학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의사가 롯데호텔 34층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에 와서 정기적으로 치료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특히 올들어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증세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고령과 이 같은 증상 때문에 매일 집무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면 업무보고 시간이 예전 2시간에서 지금은 30분으로 줄어든 상태로 전해졌다.
반면,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한 인척은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해 롯데 관계자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는 "내가 매일 안만나서 그런 건지, 중요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정신을 바짝 차려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이상한 점을 못느꼈다"고 말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사장도 "신격호 총괄회장은 우리보다 건강하다. 아마 110살까지는 살 것"이라고 전했다.
신 총괄회장의 알츠파이머 진단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직계 비속들은 이를 철저히 함구해온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이 롯데그룹에서 갑자기 흘러나온 것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강이 이상하다면 신 총괄회장은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내놓아야한다. 신 총괄회장은 현재 롯데쇼핑과 호텔롯데를 비롯해 그룹 내 7개 핵심 계열사의 등기임원직을 맡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진과 노조가 모두 신동빈 체제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그룹에서 직접적으로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에 대해 밝혀, 이를 공고히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일 귀국길에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좀 대답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신동빈 회장을 해임한다는 내용의 신격호 총괄회장 영상과 음성을 잇따라 공개했지만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