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경제학자에 ‘저성장 해법’을 묻다

입력 2015-08-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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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제로’성장과 저물가,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불황형 경제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이미 8개월째 0%대 상승률을 기록한데다 경제성장률마저 5분기째 0%대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기준금리는 지난 1년간 4차례에 걸친 1.50% 대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같이 각종 지표가 하향세를 나타내며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두 학자에게 우리 경제의 저성장 기조에 대한 타개책을 물어봤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교수
김정식 교수 “확장적 재정정책 필요…법인세보다 제도개혁 우선돼야”

“법인세 인상보단 노동과 교육, 유통 등 성장 제약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급선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해법에 대해 이같이 단언했다.

김 교수는 특히 우리 경제의 저성장 기조의 근본원인을 생산인구의 감소에서 찾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저출산ㆍ고령화와 2017년부터 생산가능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등 인구 감소에 있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새로운 기술의 원천이 줄고 노동생산성이 감소해 이를 못 받쳐 주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저물가와 저성장, 저금리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선 경기악화를 근본 원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김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등 계속 줄고 있는데 대외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대외 신뢰도가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적 분쟁 및 국가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한데다 대내적으로는 경기불황으로 일자리 감소가 꾸준히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경기 경착륙 방어를 위한 신속한 대처에 나선 것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경기가 침체해 있을 때는 성장률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과도한 재정 정책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확장적 재정정책만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를 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우리 경제가 경기 경착륙으로 향한다면 경기침체로 기업이 도산하고, 금융회사가 부실화하면서 금융위기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어 김 교수는 대기업과 관련된 경제정책 중 법인세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법인세를 높인다고 세수가 늘어나는 건 아니라며 “경기가 좋아지고 성장률이 높아지면 세수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법인세 관련해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법인세를 인상함으로써 부자에 대한 국민적인 정서를 희석시켜 준다는 측면에서 의미는 있겠지만 세율을 올린다고 해서 세입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법인세의 경우 현 정부의 과세정책처럼 비과세 감면 폭을 줄이는 게 자본의 유출이라든지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부분에서 더욱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즉 현재 상황에선 경제살리기에 매진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데, 그러려면 결국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저성장의 해법으로 성장을 제약하는 정부정책 등의 제도적인 개혁이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노동과 교육, 유통 분야에선 과거의 경제에 맞는 틀을 깨고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제도 개선에 대해 정부의 연금개혁을 예로 들었다. 과거엔 연금제도가 없어도 부모를 먹여 살리고 고령화 안 돼 큰 문제가 없었지만, 현재는 연금제도가 없으면 저성장은 물론 복지수요 증가에 따른 재정적자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연금제도를 바꿔 청년층은 연금에 무조건 가입하도록 한다든지, 그런 제도를 손보는 것만 하더라도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라며 “유통ㆍ공교육 등에서 제도를 개선해 저성장 국면을 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
전성인 교수 "현 경제정책,대기업 성장에만 초점…명목 GDP 목표제 도입해야"

“대기업에 대한 부당상속을 근절하고 자본에 대한 세금부과가 필요하다. 또 명목 국내총생산(GDP) 목표제의 도입도 필수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의 해법에 대해 간결한 어조로 이같이 밝혔다.

전 교수는 특히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은 저성장 기조의 경제정책을 고착화하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과 구조는 결국 대기업 성장에서 멈춘다”며 “서민경제에 대한 마중물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단기성과 위주의 경기부양책보다는 대기업 부당상속에 대한 문제는 물론 이들 자본에 대한 세금 부과와 노동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의 구조적인 문제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인적자본에 근거한 중소기업 육성이 필수적이라는 전언이다.

이어 전 교수는 저성장 구조의 한축인 물가에 대해 “소비자물가가 8개월째 0%대를 유지하고 이 또한 담뱃값과 공공요금의 인상분을 고려할 때 마이너스인 점을 참작한다면 인플레이션은 이미 진행 중”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 교수는 추가경정 예산 등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특히 그는 추경에 대해 “명목금리가 아직도 양수인데 재정건전성까지 헐어가며 재정적자를 일으키는 것은 후세를 착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목금리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지 않고 표시된 금리로 외부로 표현되는 것이다.

물가가 떨어지면 시중 금리수준은 물가하락을 반영해 낮게 결정되지만 금리의 실제가치는 높아질 수 있다. 명목금리는 이처럼 돈을 빌려쓰는 측의 부담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이는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수치다.

대출을 받은 측이 실제로 부담하는 금리로 일종의 ‘체감’ 금리를 나타내는 지표인 셈이다. 실질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늘어나 수익성이 떨어지며 투자여력이 그만큼 줄어드는 요인이 된다.

전 교수는 우리 경제의 회생방안으로 특히 명목금리에 주목하고 있다. 실질금리가 더 낮아져 투자여력을 활성화하려면 명목금리를 음수(-)로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예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더 적극적인 방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그는 명목 GDP 목표제 도입을 언급하고 있다.

명목 GDP 목표제는 말 그대로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목표를, 물가상승률에 실질 성장률을 더한 명목 GDP 성장률을 안정시키는 데 두는 것이다.

만일 올해 명목 GDP 성장률이 중앙은행이 설정한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면, 내년 이후에 이를 메울 수 있도록 기준금리 인하나 양적 완화 등의 조처를 취하는 식으로 운용된다. 반대로 명목 지디피 성장률이 목표치를 넘으면 기준금리 인상 등이 뒤따르게 된다.

이 경우 성장률의 안정적인 유지가 보다 손쉬워진다. 전 교수는 “통화정책 면에선 한국은행법 개정을 통한 명목 GDP 목표제와 명목금리 조정이 가장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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