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허니문 천국 몰디브부터 중국 무인도까지 자국 ‘섬’을 매물로 내놓으며 슈퍼리치들의 섬 매입을 부추기고 있다.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인도양의 도서 국가 몰디브는 외국인에 섬 소유를 허용하면서 부호들의 새로운 ‘섬 쇼핑’ 타깃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몰디브 의회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10억 달러(약 1조1670억원)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의 토지 영구 소유를 허용하는 법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토지의 70% 이상을 간척을 통해 조성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였으며 현재 압둘라 야민 몰디브 대통령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인도양 적도상에 있는 몰디브는 1192개의 작은 섬과 환초, 암초들로 이뤄졌다.
앞선 3월엔 중국 산둥성의 557개 무인도를 경매 방식으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당시 산둥성 정부는 무인도 판매 대상을 관광, 휴양, 레저, 농업, 임업, 목축업, 공업 등 구매 목적이 있는 투자자로 제한했다. 즉 단기 투자가 목적이 아닌 장기 투자 목적의 사람에게 섬을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소유권은 중국 당국이 소유하고 사용권만 매각한다. 30년과 50년 두 가지 종류의 사용권을 구매하고 나서 2년 내로 개발이 시작되지 않으면 사용권은 산둥성 당국이 회수하게 된다.
섬 쇼핑에 관심을 보이는 부호들에게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건 단연 그리스 섬이다. 이는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 직격탄을 맞은 그리스가 자국 섬을 매물을 헐값에 내놨기 때문.
지난달 그리스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간 3차 구제금융 협상안이 체결됐다. 이에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과 500억 유로(약 64조원) 국유자산 매각에 합의하면서 항만, 우편, 철도, 고속도로, 전력 등이 매물로 나왔고 이 가운데 그리스 해변과 섬도 포함됐다.
지중해와 에게해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지상낙원’ 그리스 섬이 매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2012년에도 그리스의 다수 섬은 매물로 나왔다. 당시 막대한 국가부채로 최악의 경제위기에 빠졌던 그리스는 국제채권단이 요구한 초강력 긴축정책으로 세금과 시중금리가 급등했다. 이에 재정적 부담을 느낀 섬 소유주들은 섬 매각에 나섰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현금 보유와 함께 외국 자본 유입을 원하는 각국 정부와 주식 펀드 등과는 달리 이색적인 투자를 원하는 세계 부호들의 트렌드가 서로 맞물리며 글로벌 투자시장에 섬 매매 열풍이 부는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