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사태가 국회에 계류 중인 각종 재벌개혁 법안을 처리하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재벌의 비정상적 기업 지배구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민의 반재벌 정서를 등에 업은 정치권의 법 개정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6일 신규 순환출자에 이어 기존 순환출자도 해소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가운데, 국회에 이미 계류 중인 관련 법안도 다시 심사석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순환출자는 계열사들이 고리 모양으로 서로 출자하는 것으로, 지주회사나 핵심 계열사의 소수 지분만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기 위한 것이다. 롯데그룹의 경우만 해도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은 0.05%, 자녀와 친인척 지분을 모두 합쳐도 2.36%에 불과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 기준으로 롯데그룹 80개 계열사의 순환출자 고리가 416개에 달한다. 반면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 등 다른 재벌그룹은 정치권에서 신규순환출자금지법을 통과시키면서 기존의 순환출자 구조를 자율적으로 정리함에 따라 현재 각각 10개와 6개로 줄였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대표적인 법안으로는 2012년 7월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주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있다. 현재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순환출자제한기업집단을 지정, 순자산액의 30%를 초과해 다른 국내 회사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지주회사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자본총액의 1배를 초과하는 부채의 보유를 금지하고, 자회사 주식 보유기준 및 손자회사 주식 보유기준을 50%(상장법인 등인 경우 30%)이상으로 상향 조정토록 했다.
김 의원은 “세계 어디에도 이렇게 낮은 지분율로 수십 조에서 수백 조원에 이르는 수십 개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소수 기업으로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김기준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대주주·오너의 독단적 경영에 대한 사외이사의 견제·감시를 강화하고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대주주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비상장사는 해당하지 않는 만큼, 비상장사의 규제 문제도 논의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다.
같은 당 정호준 의원이 2013년 7월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을 직접 규제하는 대신 투명성을 강화했다. 개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 간, 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와 그 특수관계인 간의 내부거래에 관한 사항을 공정위가 매년 정기적으로 조사·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도록 했다.
새누리당에서도 당정 간 논의 결과를 토대로 순환출자 제한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정책위 관계자는 “롯데 사태에 대한 여론이 매우 좋지 않다”며 “정부와 상의한 뒤 당 정책위, 또는 국회 정무위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