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을 갖췄어도 흑자를 내지 못해 주식시장에 입성할 수 없는 일은 이제 예전 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 올해 기술특례상장 1호인 제노포커스를 시작으로 코아스템과 펩트론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고, 여러 기업들이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바이오업체들이 잇따라 기술성 평가에 통과한 것도 특례상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중이다.
코스닥 시장의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기술 평가를 거쳐 기술성과 시장성을 갖췄다고 판단되는 유망한 기술기업에 대해 일부 요건을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방식으로 상장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제도다. 기술평가를 통과한 기업은 내부 심사와 상장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최종 상장 여부가 결정된다.
◇기술력 갖춘 바이오 기업, 흑자 못내도 ‘일단 들어와’ =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제노포커스와 코아스템, 펩트론 등 3개 기업이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한해 동안 기술성 평가를 거쳐 상장한 기업이 아스트와 알테오젠 단 2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특히 이들 기업은 기술 특례로 상장한 뒤 괄목할 만한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바이오주 폭락 행렬에 동참하며 주가가 다소 부진했지만, 상장 첫날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한껏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가장 최근인 지난달 22일 상장한 펩트론은 희망 공모가 밴드 최상단인 1만6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한 데 이어 공모청약 경쟁률이 1093 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여기에 상장 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지난 31일 종가(6만7100원) 기준 공모가(1만6000원) 대비 319% 상승했다. 제노포커스와 코아스템 역시 각각 공모가 대비 147%, 58% 뛰었다.
올 들어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기업이 잇따르는 것도 긍정적이다. 올해 초 항체신약개발 전문기업 파멥신이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고, 3월에는 치료용 항체 개발 및 의료기기 제조업체 다이노나와 암진단키트 제조업체 에이티젠도 합격점을 받았다. 이 중 에이티젠은 코스닥 상장 심사를 청구, 현재 심사가 진행 중에 있다.
지난달에는 안과질환 치료제 개발업체 아이진과 정형외과용 의료기기 제조업체 유앤아이가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며 연내 상장 기대감을 높였다.
이 밖에도 환자 감시장치 제조업체인 멕아이씨에스와 종양세포 분리기술 전문업체 싸이토젠, 펩타이드 전문업체 애니젠, 의약품 연구개발 업체 큐리언트, 치료용 항체 전문업체 앱클론 등이 기술성 평가를 신청한 뒤 대기하고 있다.
◇흑자 내는 비(非) 업체도 기술특례 상장 대기 = 바이오 업체가 아닌 기업 5곳도 올해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전망이다. 덱스터(컴퓨터 그래픽), 파크시스템스(원자현미경), 옵토팩(이미지센서 패키징), 아시아종묘(종자 개발·생산), 이엔드디(자동차 촉매 및 이차전지 소재)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그동안 기술특례 제도는 적자 상태인 바이오 업체들의 상장 도구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제는 흑자를 내고 있는 비바이오 기업들까지 평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
지난해 비바이오 업체로는 처음 항공기 동체 부품업체인 아스트가 기술특례 상장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본격적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 열기는 거래소의 지원에 힘입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지난 2005년 기술특례 상장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많은 20개사가 올해 상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15개사에 불과했다.
이처럼 기술특례 상장이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거래소의 전폭적인 상장 지원과 관련 제도 개선 때문으로 분석된다.
거래소는 지난 4월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평가 절차를 단순화하고 평가 기간을 단축하는 등 관련 제도를 대폭 개편했다. 또 유망한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기술특례 상장 설명회도 개최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 기술특례 상장제도 개편에 이어 이달에는 코넥스 시장에도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유망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 IB실무자 간담회, 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코스닥과 코넥스 시장이 기술주 중심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