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8월 8일 淸風明月(청풍명월) 맑은 바람 밝은 달

입력 2015-08-0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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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청풍명월(淸風明月),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라는 말을 듣기만 해도 심신이 쇄락(灑落)해진다. 당장 깊은 산속에 들어가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싶어진다. 청풍명월은 사전에 ①결백하고 온건한 성격을 평하여 이르는 말 ②풍자와 해학으로 세상사를 논하는 것을 비유함, 이렇게 풀이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충청도 사람들의 별칭으로 쓰이기도 한다.

출전은 이백의 양양가(襄陽歌)인데, 원래는 청풍낭월(淸風朗月)로 돼 있었다. 明과 朗은 뜻이 같다. 명랑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시는 이렇게 시작된다. “지는 해 현산 서쪽으로 넘어가는데/흰 건을 거꾸로 쓰고 꽃 아래 서성거린다”[落日欲沒峴山西 倒著接䍦花下迷]

청풍명월은 시의 마지막 대목에 나온다. “청풍명월 갖는 데는 한 푼도 돈이 안 들지/옥산이 절로 무너지는 건 사람이 밀어서 그런 게 아니리라./서주의 술 국자, 역사가 겨우 들던 술그릇/이백은 이것들과 생사를 함께 하리./양왕이 함께 노닐던 운우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장강의 물이 동으로 흐르니 원숭이가 밤중에 우는구나.”[淸風朗月不用一錢買 玉山自倒非人推 舒州杓 力士鐺 李白與爾同死生 襄王雲雨今安在 江水東流猿夜聲]

여기 나오는 舒州杓(서주표)는 품질이 좋다는 서주의 술 국자를 말한다. 양왕의 운우(雲雨)는 초양왕(楚襄王)이 산중에서 낮잠을 자다가 꿈속에 무산선녀와 정을 맺은 것을 말한다. 이로부터 남녀가 정을 맺는 것을 조운모우(朝雲暮雨), 줄여서 운우로 표현하게 됐다.

이백의 양양가는 우리나라에서 12가사 중 하나가 됐다. 한시에 토를 달고 음조에 맞춰 노래로 만든 작품이다. 이백은 꽤 긴 시의 중간 부분에 “백년 삼만육천일을/하루에 모름지기 삼백잔을 마시겠노라”[百年三萬六千日 一日須傾三百杯]고 했다. 그러면 일생동안 몇 잔을 마시는 건가? 1080만 잔이다! 과연 이백이로다.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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